이란과 북한 핵 문제 모두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체제 유지와 연결돼 있고 미국·중국·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이 양측과의 협상에 공통분모로 참여해온 만큼 이번 이란 핵협상이 북한 문제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조야에서는 북한 핵협상과 관련해 비관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일단 미국 정부 내에 이란과 북한의 핵 문제를 별개의 사안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속에서 평화적 핵 이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은 NPT에서 탈퇴하고 3차례나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와 함께 미국 야당인 공화당에서 이란 핵협상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았던 만큼 이란과의 핵협상 타결 이후 확실한 상황 변화가 생기기 전까지는 북핵 문제에 관심을 둘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지난 2012년 '2·29합의' 때처럼 북한과 협상을 시도했다가 판이 다시 깨질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배로 늘어나게 된다.
특히 미 정치권이 앞으로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북한 등 외교 현안이 뒷전으로 밀리게 되고 북한도 임기가 끝나가는 현 정부보다는 차기 정권과의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계속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에 빨리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에서 커지고 있는 만큼 북핵 문제에서도 대화와 협상의 여지를 다시 한 번 열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말 '업적 쌓기'를 위해 쿠바와의 국교정상화, 이란 핵협상 타결에 이어 북한과도 역사적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이전 북한·쿠바·이란 등 3개국을 거론하며 '적과의 악수'를 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한국과 미국 등이 북한의 태도를 떠보기 위해 탐색적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열쇠는 북한이 쥐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확실하게 태도 변화를 보여주지 않으면 미국 등 다른 나라가 협상 테이블에 앉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한 관리를 인용해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어떤 협상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핵문제와 관련한 변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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