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는 이날 우리 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내외의 일치한 지향과 염원에 맞게 북남관계 개선의 길을 실천적으로 열어나갈 일념으로부터 우선 올해 설명절을 계기로 북남 사이의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행사를 진행하자”고 제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측 통지문은 이날 오후 6시30분께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우리 대한적십자사 총재 앞으로 전달됐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상봉행사는 이미 북남 적십자단체들이 합의하였던 대로 금강산에서 진행하되 날짜는 준비 기간을 고려하여 설이 지나 날씨가 좀 풀린 다음 남측이 편리한대로 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타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하여 판문점 적십자 연락통로를 통하여 협의 해결하면 될 것”이라며 “남측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통지문은 “지난해 추진됐던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이 비록 대화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고 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함부로 흐려놓는 남측의 불미스러운 처사로 하여 중단됐지만 인도주의적 사업의 추진을 통해 민족 분열의 아픔을 다소나마 덜어주려는 공화국의 입장은 시종일관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당초 거부했던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제의함에 따라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우리 정부는 “북측이 뒤늦게나마 우리의 제안을 수용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이산가족 상봉 시기와 협의 방법 등 구체적인 사항들은 추후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주말 내부 협의를 거쳐 27일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관련된 정부의 구체적 입장을 북한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설을 지난 편리한 시기’를 남측이 정하라고 통보한 것과 관련, 정부 내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이르면 2월 중에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지난해 추석 당시 진행하려던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해 남북 양측이 상봉 명단을 확정해 놓은 상황에서 준비 기간은 단축될 수 있다.
남북간 협의가 순조로울 경우 북한의 ‘명절’인 김정일의 생일인 2·16 이후, 키 리졸브 연습이 시작되기 전인 2월 17일부터 1주일 가량이 우선 상봉 행사가 열릴 수 있는 시기로 관측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키 리졸브 연습과 무관하게 3월 초에라도 상봉 행사가 열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날 북한의 제안은 소위 ‘중대 제안’ 발표 이후 잇단 평화 공세 속에서 이뤄졌으며, 특히 우리 정부가 ‘진정성 있는 행동’을 요구한 직후 나왔다.
우리 정부는 이날 오후 북한의 중대제안 및 이와 관련된 공개서한 발표에 대해 “북한은 소위 중대제안이 위장 평화공세가 아니라고 하지만 위장 평화공세인지 아닌지는 한 번의 말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북한은 지금부터라도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북한 국방위는 이날 오전 공개서한에서 “우리의 중대제안은 결코 위장평화공세도, 동족을 대상으로 벌이는 선전심리전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자신들의 ‘중대제안’과 이날 발표한 ‘공개서한’에 대해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는 국토 양단과 민족분열의 비극적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조국통일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는 최고 수뇌부의 애국애족의 결단과 숭고한 책임감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고 주장했다./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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