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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IT업계에서는 HTML5발(發) 지각변동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차세대 표준 인터넷 규격인 HTML5 방식으로 앱을 제작하면 하나의 앱이 iOS, 안드로이드, 윈도우 등 모든 OS에서 구동, 호환성이 크게 강화된다.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PC 구분없이 모든 기기에서 동일한 앱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HTML5 확산이 어디서나 원하는 작업이 가능한 엔스크린(N-screen) 시대의 진정한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HTML5기반 문서편집 소프트웨어(SW) '쓰리래빗츠 북(3rabbitz Book)'으로 과감히 시장 공략에 나선 스타트업 기업이 있다. 서로 10년 지기인 75년생 토끼띠 친구들 3명이 모여 창업한 쓰리래빗츠의 얘기다.
김세윤(35) 대표는 "친구(김승환 이사)와 함께 한 대기업 계열의 SI(시스템통합)업체에 10년 정도 근무했다"며 "좋은 개발자가 되는 게 인생의 목표였지만 SI업체에서는 실제 개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어 결정을 내려야 했다"고 전했다.
회사를 그만둔 뒤, 김 대표는 국내 중견소프트웨어 업체에 개발자로 입사할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먼저 그 회사로 자리를 옮겼던 김 이사가 "어차피 다른 회사의 직원으로 가면 일은 똑같다"며 "같이 도전해 보자"라고 제안했을 때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이렇게 탄생한 쓰리래빗츠는 시장성이 없어 보일지도 모르는 문서편집 SW에 주목했다. MS워드, 한글 등 문서편집 SW이 오랫동안 사용됐지만 직접 업무를 하면서 느낀 아쉬운 기능도 많기 때문이다. 기존 SW는 컴퓨터에 설치해서 쓰다 보니 여러 사람이 공동작업을 할 때 일일이 웹에 올리거나 USB로 옮기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기본 서식이 단순해 일반인들은 문서를 아름답게 꾸미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
하지만 쓰리래빗츠 북은 여러 사람이 프로그램에 접속해 한가지 문서를 편집할 수 있어 공동 문서관리를 하기 좋다. 제목, 본문 등 스타일을 한번 지정하면 전체 문서의 서식을 통일하기 때문에 편집에 들이는 시간도 한층 덜 수 있다. HTML5방식이라 PC, 아이패드, 갤럭시탭 등 다양한 기기에서 동시 작업이 가능할 뿐 아니라 한번 문서를 작성하면 PDF, 웹, 전자책 등 여러 가지 포맷에 적합하게 자동 편집, 출판해 주는 것도 특징이다.
김 대표는 "시카고 매뉴얼 등 전통적인 책 편집법을 녹여 SW를 만드느라 개발기간이 2년 가까이 걸렸다"며 "지난해 7월 첫 제품을 내놓은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디자인을 강화한 업그레이드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쓰리래빗츠가 꿈꾸는 목표는 호주의 아틀라시안(Atlassian)처럼 성장하는 것이다. 아틀라시안은 웹다운로드 방식의 업무용 SW를 판매하는 업체로 최근 매출액 1억 달러 고지를 밟았다. 특히 영업ㆍ컨설팅 조직을 두지 않는 대신 SW가격을 최저 10달러까지 거품을 빼는 독특한 사업모델로 유명하다.
쓰리래빗츠도 아틀라시안과 비슷하게 영업조직을 따로 두지 않는 대신 10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SW가격을 책정했다. 1,000만원대 이상 호가하던 기존 업무용 SW보다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가격이다. 또한 가격을 더욱 떨어뜨리기 위해선 더 많은 사용자들이 SW를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세계 시장에 쓰리래빗츠북을 론칭할 계획이다. 쓰리래빗츠는 이미 영어판 SW 제작을 끝낸 상태다.
그는 "별도 영업ㆍ컨설팅 조직을 두지 않으려면 사용자들이 한눈에 SW를 이해할 수 있고 쓰기도 편해야 한다"며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가능한 모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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