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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인정한 신경숙 작가 "문장 대조해 보는 순간 나도 믿을 수가 없었다"

독자들께 사과… 글쓰기 목숨과 같아 절필은 못해

/=연합뉴스

"문장을 대조해 보면서 이응준씨가 느닷없이 왜 이랬을까, 의문을 안 갖기로 했어요. 대조해 보는 순간 나도 그걸 믿을 수가 없었어요. '전설'을 읽고 또 읽으면서 쇠스랑이 있으면 내 발등을 찍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신경숙(사진) 작가가 사실상 표절을 인정했다. 신경숙 작가는 지난 22일 경기도의 한 수도원에서 가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표절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은 지난 16일 소설가 겸 시인인 이응준씨가 한 온라인 매체에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이란 제목의 기고문을 실으면서 불거졌다.

그는 신경숙 작가가 1996년 발표한 단편 '전설'의 한 부분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신경숙 작가는 "아무리 지난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앞으로 출판사와 상의해서 '전설'을 작품집에서 빼고, 문학상 심사위원을 비롯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신 작가는 이어 "이 문제를 제기한 문학인들을 비롯해 내 주변의 모든 분들, 무엇보다 내 소설을 읽었던 많은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모든 게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내 탓"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글쓰기를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전했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임기응변식 절필 선언은 할 수 없다. 나에게 문학은 목숨과 같은 것이어서 글쓰기를 그친다면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니다. 원고를 써서 항아리에 묻더라도, 문학이란 땅에서 넘어졌으니까 그 땅을 짚고 일어나겠다"고 밝혔다.

그간 표절 의혹은 문단 내부에서 주로 이뤄져 외부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논란이 일어도 표절 여부를 제대로 검증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신경숙 작가 표절 논란의 경우, 인터넷의 발달로 문제 제기 이후 논란이 확산되면서 대응을 안 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번복, 결국 작가 스스로 치밀한 검증을 통해 표절을 인정했다. 문단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이번 사건이 표절에 대응하는 작가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문단 내부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윤재웅 동국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는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에 대한 검증이 인터넷 발달로 빠른 방식으로 이뤄진 점을 볼 때, 한국 문학 전체를 위해 터질 게 잘 터졌다는 생각도 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문학의 건전성과 창의성이 보존되고 검증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신경숙 작가의 '전설'이 실린 단행본 '감자 먹는 사람들'을 낸 출판사 창비는 23일부터 책 출고를 정지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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