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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생물산업시대 주도국 되려면


'농부는 굶어 죽더라도 씨앗은 베고 죽는다'고 했다. 유전자원을 대표하는 '씨앗'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단적인 표현이다. 우리나라가 가난한 농업국에서 세계 경제를 당당히 이끌어가는 강국으로 거듭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씨앗은 국가 경제의 핵심이다. 세계 시장의 1%만을 차지하는 우리 종자산업을 부흥시키는 일, 해마다 지불하는 막대한 종자 로열티 줄이기 등 당장 해나가야 할 일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매년 막대한 종자 로열티 유출돼

유전자원의 중요성은 비단 눈앞의 종자산업을 살리기 위함만은 아니다. 최근 들어 비약적으로 발전한 생물학, 유전학, 첨단 분석기술 덕분에 생명 현상에 대해 막대한 정보를 축적하게 됐다. 여기에 정보처리기술을 융합해 생물자원에 대한 내재적 속성과 과정까지 상세히 이해하게 돼 생물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영역이 대폭 확장됐다. 이제 단순한 먹을거리나 전통의약 소재뿐만 아니라 의약품, 석유화학 대체품, 에너지 등 첨단 복합 산업소재 역할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발전을 보면 '콩' 심은 데 '팥' 나는 유전자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따라서 21세기 생물산업시대의 유전자원은 더욱 중요한 존재가 됐다.

특히 천연물 신약은 인위적인 화학적 합성 비용의 10%만으로도 개발이 가능해서 투자 효율성이 매우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생물자원이 대사 과정에서 만들어놓은 화합물을 활용하면 인공합성에 비해 공정ㆍ비용과 소요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제약사 로슈홀딩은 중국에서 향료식물로 쓰이던 '팔각회향'을 활용해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개발했는데 이는 연간 20억~3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두통약 '아스피린'이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살리실산'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바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서는 천연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연구에 1억2,000만달러를 지원하고 있을 정도로 현재 선진 각국은 천연물 신약 개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몬산토ㆍ신젠타 등 거대 다국적 농약ㆍ종자 기업들은 장래 기후변화에 대응한 농작물 개발에 몰두해 가뭄ㆍ침수ㆍ고온ㆍ고농도의 소금기에 견디는 유전자를 찾아내 경쟁적으로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은 나날이 높아가는 유전자원의 잠재적 부가가치에 관심을 쏟고 있고 자국의 토종 자원 보호와 지적재산권을 끊임없이 강화하는 추세다.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로열티 시장을 먼저 차지하기 위한 세계적인 다툼은 국제 협약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1992년부터 20년이 넘도록 유전자원 이용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팽팽히 진행되고 있고 2010년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나고야의정서'가 채택되는 등 각국은 유전자원을 이용해 발생하는 이익을 공평히 나누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나라마다 얽힌 이해관계 때문에 아직 완결 짓지 못하고 있어 '총성 없는 유전자원 전쟁'이란 표현이 나올 정도이다.

유전자원 확보 지재권 강화해야

유전자원은 지구와 함께 40억년 동안 진화를 거치며 변화하고 축적된 생명체인 만큼 한 번 소실되면 재생이 불가능하다. 그간 우리나라도 유전자원 강국의 입지를 탄탄히 다져왔다.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는 내진설계와 입출고를 로봇이 담당하는 최첨단 종자 저장시설을 갖췄고 식물 유전자원만 해도 2,700여종, 20만점 이상을 보유했는데 이는 세계 6위 수준이다. 보존된 유전자원은 그동안 수많은 신품종 개발과 기능성 식품 등 산업화 연구의 초석이 돼왔다. 이제는 더욱 가치 있는 유전자원을 확보하는 노력을 지속하는 가운데 21세기의 국가 경쟁력의 핵심인 생물산업을 주도할 때라고 생각한다. 유전자원을 첨단산업 소재로 활용하는 연구에 국가적 역량을 집결하는 한편 국가 정책적인 투자 확대와 국민적 관심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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