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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글로벌 기업 횡포 막자"… 검은 대륙에 자원 민족주의 바람

나이지리아·남아공·잠비아 등 "단물만 빼먹고 혜택 없다" 반발<br>철광석·금·유전 개발 통제이어 로열티 올리고 세금 폭탄까지<br>도로 등 공짜사업 요구도 봇물

세계적 자원개발기업인 앵글로아메리칸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내 백금탄광의 모습. 이 회사는 남아공내 최대 백금 및 석탄광산을 운영하고 있으며 리오틴토, BHP빌리턴 등과 함께 세계 광물개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외국 자원 개발기업들에게 더 크고 더 많은 소유지분과 비용을 요구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서방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아프리카의 자원개발 현황에 대해 이같이 불평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실제 묻혀있는 자원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광활한 검은 대륙이 글로벌 자원 확보의 전쟁터로 변하면서 아프리카 각국의 자원 민족주의 경향도 짙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금·개발이익 부과 등 폭탄 수준= 아프리카 각국은 그 동안 오랜 내전과 저 개발로 인한 기아, 부패한 정치 등으로 1990년대까지 '암흑의 대륙'으로 불려왔다. 2000년대 들어 정치가 안정되고 에너지 자원 가격 상승 등으로 경제발전의 기반을 마련한 아프리카 각국은 최근 외자는 유치하되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내주지 않는 '실용주의'로 무장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원유나 철광석 등 지하자원 광구 운영권자인 외국 기업들이 광구 개발 뒤 수익을 낼 경우 소유 지분을 점차 줄여가도록 압박하는 일이 점차 흔해지고 있다. 최근 베네수엘라와 나미비아는 자원 개발 기업들의 일부 지분을 아예 몰수해 국유화했다. 나이지리아, 알제리 등 아프리카 산유국들은 잇따라 외국계 석유회사의 유전 개발 로열티(사용료)를 인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나이지리아의 경우 최근 들어 연안 원유개발에 대한 계약을 재협상했고 외국 기업들은 불평등한 강제 조약으로 연간 50억 달러의 비용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외국기업들에게 매기는 세금도 폭탄 수준이다. 광구 개발권 인수계약서에 서명할 때 계약금과 별개로 일정 금액을 현지 정부에 지급하는 '서명 보너스'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직접투자 외에 로열티, 세금, 각종 비용 등 탐사단계에서 비용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광물 탐사권과 개발 이득에 대해 각각 50%씩 세금을 부과하는 과세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금을 생산하는 가나는 올해 들어 모든 광산 개발 계약에 대한 재협상 방침을 발표했다. 광산 개발업체들에 대해 세금을 현행보다 25~35%를 인상하고 '슈퍼 이익(Super profit)'인 개발 초과 이익에 대해서도 10%의 세금을 별도로 부과키로 했다. 여기에 더해 광산 개발에 따른 모든 생산물에 대해 5%의 추가 로열티를 받기로 했다.



◇"SOC 사업까지 공짜로 해달라" 요구 봇물= 호주 철광석 생산업체 리오틴토는 지난해 4월 기니 정부로부터 '시만두(Simandou) 철광석 개발 프로젝트'의 소유권 35%를 넘겨받고 이에 대한 대가로 7억 달러를 기니 정부에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리오틴토와 기니 정부는 시만두 철광석을 항구로 옮겨 수출할 수 있도록 철도 인프라 구축 계약에 서명했다. 기니 정부가 철도 시설 구축을 해주지 않을 경우 시만두 채굴권을 박탈할 것이라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철도 시설을 구축하더라도 지분은 리오틴토가 49%를, 기니 정부가 51%를 나눠 갖기로 했다.

리오틴토가 약속한 기간 내에 철광석 개발을 시작하지 않는 등 계약을 어긴 것이 원인이었지만 기니 정부도 이 기회를 이용해 '패키지 개발'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패키지란 자원 개발기업들에게 채굴권 자원 탐사 및 개발권을 내주는 대신 도로, 철도, 항만, 전력 등 대규모 사회간접시설(SOC)은 물론 학교와 병원까지 짓도록 계약 조건에 포함시키는 것을 말한다.

거대 자원개발 기업인 앵글로아메리칸도 새로운 백금, 다이아몬드, 철광석과 석탄사업 등 아프리카 내에서 따내기 위해 추가로 8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세계 2위의 광산업체인 브라질 발레(Vale)역시 향후 5년 간 아프리카 지역에 (패키지 개발에만)150억~200억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패키지 개발요구에 대해 아프리카 정부들은 '단물만 빼먹는' 거대 글로벌 기업들의 횡포를 막기 위해 이 같은 정책 시행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클 사타 잠비아 대통령은 "잠비아가 아프리카 최대 구리 수출국이지만 정작 가난한 국민은 그에 따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과 서방세계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외국 기업들이 아프리카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많은 외국 근로자들이 자원개발 현장에 투입되면서 아프리카인들의 실업난을 가중시킨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 같은 국민들의 불만은 개발과 투자에 목말라 있는 아프리카 정부들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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