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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2월3일] 퀴즈 두 문제

만약 어느 프로그램에서 이런 퀴즈가 나온다면 어떨까. 다음 설명을 듣고 A와 B는 각각 누구인지, 그리고 공통적인 메시지는 무엇인지 두 음절 단어로 답하시오. A:엿장수의 딸, 가발공장 여공, 엑스트라 여배우, 골프장식당 종업원, 여행사 경리사원, 멋진 남자와의 사랑 끝에 느닷없이 찾아온 실연, 자살의 충동 속에서 우연히 접한 신문광고, 그리고 단돈 100달러를 들고 무작정 올라탄 미국행 비행기, 계속되는 두번의 이혼, 동생의 죽음…, 그 긴 터널을 지나 미군장교로 예편하고 하버드대학원의 박사과정 수료, 딸마저 하버드대학생으로 키운 여장부. B:생후 19개월에 중병으로 시력과 청력, 언어 발생력을 모두 잃은 불운아, 세상과 차단돼 멋대로 생각하고 세상을 저주하며 야수처럼 사나웠던 여섯 살 아이, 단 하나 남은 촉각으로 비로소 ‘물’이라는 단어를 통해 세상 모든 사물에는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았던 소녀, 이후 폭발적으로 언어를 흡수해 세계 최초의 농ㆍ맹아 하버드대학생이 된 여인. 지문이 지루하게 길어졌지만 단 두줄만 듣는 순간 우리는 아, A는 ‘서진규’요 B는 ‘헬렌 켈러’라고 쉽게 답이 나올 것이다. 워낙 유명해 책으로 영화로 우리 곁에 친숙한 삶의 승리자들이다. 그러나 이 퀴즈는 공통적인 메시지까지 얘기를 해야 정답으로 처리된다. 나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희망’이라는 답을 적고 싶다. 느닷없이 불어닥친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가 하루가 다르게 가슴을 죈다.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더니 이제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제시하는 전문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모처럼 만에 겨울답게 추운 날씨만큼이나 서민경제가 꽁꽁 얼어붙었다. 대리운전이라도 맡으려 식당 앞을 서성이는 실직자들의 애환 섞인 뉴스가 눈물겹다. 하지만 가혹한 현실 앞에서 더 이상 어둠만 한탄할 수는 없다. 비록 암울하고 앞이 캄캄하더라도 우리는 ‘희망’이라는 촛불을 켜야만 한다. ‘긍정’이라는 힘의 성스러움은 이미 입증된 지 오래다. 일제의 그 혹독한 총칼 앞에서도 광복의 싹을 틔웠고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일궜다. 10년 전 불청객이던 국제금융위기도 온국민이 뜻을 모아 몰아냈다. 뜬금 없이 싱거운 퀴즈를 던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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