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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화원 역관 서리 악공… 조선후기 르네상스 이끈 주역들

■ 조선의 중인들

허경진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옥계청유도''. 중인 시문학 동인인 ''송석원시사''가 1791년 6월 지금의 옥인동에 있는 ''옥계''에서 모여 시 짓는 모습을 그렸다. /사진제공=알에이치코리아


1902년 역모 사건으로 일본에 망명한 개화파들. 앞줄 오른쪽이 오세창이고 그 옆이 손병희, 뒷줄 왼쪽이 양기탁이다. /사진제공=알에이치코리아

정조·흥선대원군 중인 적극 등용
문예부흥 초석 쌓는 데 일조
사대부 대체 新계층으로 성장
다양한 문헌 속 중인 모습 재조명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세력이 주도한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왕조의 교체는 곧 새로운 시대의 건설과 마찬가지였다. 왕조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사회세력이 등장해 그 시대를 이끌어갔다. 신라에서 고려로 넘어갈 때는 최치원 등 육두품을 주력으로 하는 신지식층이 이상사회 건설을 꿈꾸고 실천했으며 고려에서 조선으로 바뀔때는 정도전 등 향리층 출신의 신진사대부가 그랬다.

조선시대에도 이러한 패턴은 그대로 이어진다. 조선 후기 기존 양반사회의 질곡을 넘어 이른바 '중인'층이 성장하고 있었다. 중인은 의학·역학·율학 등을 전공한 기술관과 화원·악공 등 예능인, 그리고 일선 행정실무를 담당하는 서리, 즉 아전 등으로 구성됐다. 그들은 시의성을 잃어가고 있던 성리학 대신 북학 등 당대의 신학문을 공부하며 세계화·보편화를 지향하기 시작했다. 즉 양반사대부에 대체되는 새로운 사회계층으로 성장한 셈이데 이는 우리 역사에서 면면이 이어지던 역동적인 자기 극복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특이한 것은 중인이 조선의 공식적인 신분에는 없었다는 점이다. 조선사회를 구성하는 '사민(四民)'은 '사(士)·농(農)·공(工)·상(商)'이다. 이 순서는 각각의 계층차이기도 하다. 중인은 지배계층인 '사'와 피지배계층인 '농' 사이에서 나타났다. 그래서 가운데라는 의미로 이름도 '중인(中人)'이다. 그전 시대에도 중인의 역할을 하는 계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점차 중인들이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고 다른 계층과 구별되는 집단행동에 나서게 된다.

신간 '조선의 중인들'은 조선 후기 중인들을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역사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중인의 사례를 문헌의 해석에 근거해 고증해 냈다. 중인에 대한 막연한 이론적인 고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당시의 시대상을 더 정확히 표현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인왕산을 노래한 시문학동인 '송석원시사'를 주도한 서당 훈장 천수경은 당대의 서민문학을 일으켰고 신필(神筆)로 불렸던 화원 김명국은 일본에 한류열풍을 부른 예술가였다. 또 역관 변수는 최초로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했으며 민족신문 '만세보'를 발행한 오세창은 조선의 1세대 신문기자였다.



조선의 기존세력들이 중인을 그냥 억누른 것은 아니다. 책은 조선의 중흥 군주 정조와 흥선대원군의 사례를 든다. 정조는 규장각을 설치하는 등 중인출신들을 적극 등용, 사회에 새로운 기풍을 불어넣으며 문예부흥의 초석을 쌓았다.

하지만 시대가 결국 이들을 뒷받침해 주지 못했음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선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는 탄생하지 못했다. 중인들이 새 시대를 열 만한 자기 역량을 충분하게 갖추기 전에 외세의 침략으로 꺾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가 그들 중인들이 바랬던 세상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인문학과 출신보다 의사·변호사·통역사·회계사·화가·음악가 등 전문가들이 대접받고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조선의 중인들'이 무엇을 꿈꾸었고 어떻게 좌절했는지 하는 저자의 의도가 현대사회의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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