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남친과의 연애기록을 남편이… 화들짝
새 단장 싸이월드 부활 날갯짓투데이 히스토리 등 서비스·편의기능 다양해져30~40대서 호평… 기존 트위터 이용자도 관심
이지성기자 engi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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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사원 백용택(36)씨는 요즘 다시 '싸이질'을 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직장을 잡은 뒤로 싸이월드와는 담을 쌓고 살았지만 매일 출근길 스마트폰으로 싸이월드 앱을 열어'투데이 히스토리'에 접속한다. 백씨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최신 소식 위주로 게시판이 채워지는데 싸이월드는 20대 시절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볼 때마다 아련한 추억에 젖게 된다"고 말했다.
#2. 주부 안세림(35)씨는 얼마 전 부부싸움을 한바탕 치렀다. 싸이월드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했다가 옛 남자친구와 주고받았던 '연애 기록'을 남편한테 들켰기 때문이다. 안씨는 "결혼을 하면서 싸이월드와도 자연스럽게 멀어졌는데 옛날에 썼던 일기장과 사진첩을 보니 젊은 시절의 풋풋했던 감정이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싸이월드가 지난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5일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 따르면 싸이월드 앱의 서비스 개편을 단행한 이후 싸이월드를 다시 찾는 이용자가 부쩍 늘고 있다. 기존에 비해 한층 다양해진 서비스와 편의기능 덕택이기도 하지만 새롭게 추가된 '투데이 히스토리' 기능이 이용자 사이에서 호평을 얻고 있어서다.
투데이 히스토리는 과거의 특정일에 이용자가 남긴 기록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서비스다. 사소한 잡담에서부터 늦은 밤 올렸던 일기, 친구나 애인과 함께 촬영한 사진 등 이전에 싸이월드에 올렸던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과거 기록을 알려주는 덕분에 이용자들의 감성을 어루만지며 잔잔한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매일 정오마다 스마트폰에 투데이 히스토리 내역을 알려주는 알림 기능까지 추가됐다.
투데이 히스토리의 주된 사용층은 30대와 40대다. 싸이월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2000년대 초반과 중반 사이에 학교나 직장을 다녔던 이들이 모바일 시대를 맞아 싸이월드를 다시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싸이월드의 각종 게시판에서는 투데이 히스토리를 확인하러 싸이월드에 접속했다가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어졌던 친구를 다시 만났다거나 지인의 근황을 접했다는 이용자들의 후일담도 잇따르고 있다. 마치 '오늘의 역사'처럼 과거 특정일의 기록을 일목요연하게 되돌아보고 당시에 느꼈던 감정과 심리 상태를 떠올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싸이월드가 투데이 히스토리 기능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기존 PC용 싸이월드에서 한 차례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모바일 버전에서 기능을 개편하면서 이용자의 일상을 하나의 연대기처럼 기록하는 '라이프 로그(life log)' 서비스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단순히 과거에 저장된 기록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특정일에 싸이월드에서 들었던 음악까지 알려주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싸이월드는 이를 위해 기존 이용자들이 축적해 놓은 대량의 데이터에 콘텐츠 큐레이션 기능을 접목했다. 큐레이션은 미술관의 큐레이터처럼 양질의 콘텐츠를 선별해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가치와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현재 싸이월드의 누적 가입자수는 2,700만명에 이르고 이들이 기록한 사진과 배경음악은 각각 110억장과 5억5,000만곡에 달한다.
싸이월드가 서비스 개편 이후 새롭게 조명을 받으면서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등 이른바 2세대 SNS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싸이월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 서비스에는 없는 싸이월드의 시도가 참신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들 서비스는 현재의 시점에서 대량의 콘텐츠를 즉흥적으로 소비하는 데는 편리하지만 과거의 기록을 찾으려면 여러모로 번거롭기 때문이다.
SK컴즈 관계자는 "통상 SNS 이용자들은 수많은 기록물을 남기지만 일일이 과거의 기록을 찾아보는 경우는 드물다"며 "개인의 디지털 자산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여 싸이월드 고유의 가치 공유 서비스를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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