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로 인한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 최후의 처방에 나설 것인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영란은행 등 선진국 중앙은행과 공조체제를 형성해 모기지유동화증권(MBS)을 시장에서 직접 매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웬만해서는 언론 보도에 즉각 대응하지 않기로 유명한 FRB와 영란은행은 즉각 FT 보도에 대해 반박 코멘트를 냈다. FT 보도의 사실 여부를 떠나 중앙은행의 MBS 직접 구매 방안이 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임을 보여줬다. 만일 FRB와 유럽의 중앙은행들이 부실의 늪에 빠져 있는 모기지 채권을 대량으로 매입한다면 시장 안정에 큰 힘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패니매ㆍ프레디맥 등 미국 국채(TB)와 동일한 수준으로 대우받던 모기지 채권마저 거래되지 않아 글로벌 시장의 금융경색이 가중되고 있는 터에 최후의 보루인 중앙은행이 나선다면 시장이 당장 풀리게 된다. 하지만 이 분명한 대책을 쓰지 못하는 것은 정치적인 반발과 금융시장의 도덕성 문제를 가중시킬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모기지 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것은 사실상 국민의 세금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구제금융에 해당하며,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행정부와 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또 금융기관의 부실을 국민의 공적자금을 통해 해결하고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에 대해 각국의 입장 차이가 크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미국의 경우 패니매와 프레디맥ㆍ연방주택국(FHA) 등을 통해 모기지 시장에 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반면 영국의 경우 이런 기관이 없다. 중앙은행들이 공조하기로 결정해도 각국 행정부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도 결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 행정부의 경우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ECB의 경우 MBS를 직접 매입하기 위해서는 15개 회원국 정부로부터 모두 허가를 받아야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모기지 직접매입 공조 방안과는 별도로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및 유동성 공급 등 시장 안정화 조치들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모기지 부실이 악화될 경우 마지막 수단으로 FRB를 비롯해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MBS시장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베어스턴스 유동성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모기지 부실로 인한 투자은행들의 부실은 환부가 곪아터질 때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자산 유동화 시장의 특성이 모기지 등 기초자산을 여러 차례 유동화해 상품을 만드는데다 대부분 장부 외 거래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중앙은행들 또는 정부의 공적기관들이 지금처럼 유동성 공급에 나서는 것보다 충분한 액수의 MBS를 매입한다면 모기지 시장의 상황은 크게 개선될 수 있다.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부장관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긴급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며 “공적자금이 투입돼야 할 시점이 아닌가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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