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외신에 따르면 케이틀린 헤이든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오바마 대통령이 국제적으로 존경받는 종교·문화 지도자인 달라이라마와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헤이든 대변인은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듯 "우리는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미국은 중국에서 인권과 종교적 자유를 강하게 지지한다"며 중국 당국이 달라이라마와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것을 재차 촉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0년 2월과 2011년 7월에도 달라이라마와 회동한 바 있다.
두 지도자의 면담일정이 전해지자 중국 정부는 즉각 미국에 강력히 항의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홈페이지에 게재된 논평을 통해 "미국이 달라이라마의 회견을 마련한 것은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며 국제관계의 준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중미관계를 엄중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어떤 국가든 달라이라마와의 회담을 하는 것이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는 입장을 강조해온 만큼 중국의 반발은 예고된 것이다. 백악관이 오바마와 달라이라마 간 회동일정을 하루 전까지 공개하지 않은 것도 중국의 반응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회동장소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가 아니라 백악관 내 사적 공간인 '맵룸'이라고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예고된 미중관계의 경색을 무릅쓰고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라마와 만나는 것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외교적 제스처라는 분석도 나온다. 방공식별구역 설정과 영토분쟁 등 아시아에서 힘을 과시하고 있는 중국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이번 접견을 성사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오는 4월 아시아 순방을 앞둔 시점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 아시아에서 미국의 입지를 다지려는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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