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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워치] "러시아 최악 금융위기 벗어났다" 커지는 낙관론

에너지 수출은 그대로 유지해 서방권 제재 '반쪽'에 그쳐

추가 카드 마땅찮고 유가 안정… 주가·채권·통화 트리플 강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모험이 우크라이나 등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증폭시켰지만 서방 제재는 '주식회사 러시아'를 파괴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의 설명이다. 실제 미국 등 서방의 제재 카드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유가 추락세도 멈추자 올 들어 러시아 금융시장은 주가ㆍ채권ㆍ통화 가치가 트리플 강세를 보이며 급속도로 안정되고 있다. 물론 러시아가 앞으로 1~2년간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최소한 지난해와 같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는 벗어났다는 낙관론이 커지면서 월가 투자가들도 속속 러시아에 베팅하고 있다.

◇러시아 숨통 못 죄는 서방권 제재= 지난해 3월6일 미국이 러시아와 양자 무역ㆍ투자 협상을 보류한 이래 서방 국가는 지난 1년간 금융ㆍ방위ㆍ에너지 분야 등 다방면에 걸쳐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특히 서방이 최첨단 원유 시추 기술의 수출을 금지하면서 북극과 시베리아 셰일 유전, 심해 등 러시아의 에너지 투자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 한방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이란 제재와는 달리 러시아 경제의 핏줄인 에너지 수출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탓이다. 석유ㆍ가스 부문이 러시아 상품 수출과 재정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8%, 50%에 이른다. 이 때문에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도 제재하려 하지만 러시아에 천연가스 수입의 30%를 의지하고 있는 유럽의 반대가 완강하다.

추가 제재는커녕 기존 조치에 대한 유럽연합(EU) 내부의 불협화음도 커지고 있다. EU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에 익명을 전제로 "28개 회원국의 절반 이상이 러시아 제재 완화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유가 하락과 원유 재고 급증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경우 세계 경제도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팩트스글로벌에너지의 페레이둔 페샤라키 회장은 "러시아가 에너지를 수출하지 않을 경우 세계 경제는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서방이 러시아 천연가스ㆍ석유 의존도를 벗어나려면 15~20년의 계획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란과 마찬가지로 러시아를 국제 은행거래 시스템에서 완전히 제외하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폭발력이 너무 커 현실성이 떨어진다. 미 상원 외교관계위원회의 마리크 스트링 전 고문은 "자본ㆍ기술 등 기존의 제재 조치를 제외하면 러시아가 서방에 아쉬운 분야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트리플 강세 보이는 러시아 금융시장= 최근 러시아 금융시장도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해 중순 이후 달러 대비 40%나 급락했던 루블화 가치는 유가안정 등에 힘입어 올 들어서 5.8% 상승했고 러시아 국채 가격은 7% 이상 급등했다. 러시아 50개 기업 주가로 이뤄진 MICEX 지수도 13.26% 급등하면서 MSCI 신흥시장 주가지수 상승률 0.64%를 크게 앞질렀다. 아이러니하게도 서방 제재 탓에 소비자들이 자국산 제품과 서비스를 찾으면서 기업 실적이 대폭 개선됐기 때문이다.

또 수입이 급감하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6%에 이를 것으로 러시아 재무부는 전망했다. 루블화 가치 폭락세가 진정되면서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의 여지가 다소 커진 것도 러시아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글로벌 투자가들도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올 들어 미국 증시에서 러시아 투자 비중이 90% 이상인 상장지수펀드(ETF)의 주가는 5% 가량 올랐다.

이 때문에 러시아 정부도 안도의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러시아 경제가 최악의 시기를 지나 안정기로 접어드는 확실한 신호가 보인다"며 "채권 가격이 반등하는 등 금융시장도 성장 모멘텀을 보여주고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다만 러시아 실물 경제에 대해서는 비관론이 압도적이다. 지난달 소비는 전년 동기보다 7.7% 감소하며 20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고 물가 상승률은 16.7%로 1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최근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내년 1ㆍ4분기에나 바닥을 칠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마이너스 0.7%에서 마이너스 3.5~4.0%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더구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금리인상 등의 악재가 불거질 경우 아킬레스건인 금융 부문을 강타하면서 또 다시 금융위기 우려가 나올 수도 있다. 올해 러시아 은행 부문의 악성 부채는 1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또 외국인 자금 유출의 여파로 은행ㆍ기업의 외화 차입금이 1년 전보다 20% 가량 줄었는데도 여전히 5,995억 달러에 달한다. 이 때문에 달러 유동성 공급의 부담이 늘고 있지만 러시아의 외환 보유액은 지난 13일 3,517억 달러로 2013년 말보다 1,648억 달러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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