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하다 충돌사고를 낸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활주로 충돌 34초 전부터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해 16초 전부터는 착륙 권장속도보다 현저하게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BS)가 블랙박스 녹음기록 등을 토대로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기는 충돌 16초 전 속도와 고도가 급격히 떨어졌고 약 8초 전에는 엔진 출력을 다시 높이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나타나 이상을 감지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기는 충돌 82초 전만 해도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고도가 1,600피트(490m)까지 낮아지자 비행기 조종사는 여느 때처럼 자동항법장치를 끄고 착륙을 위해 수동조종을 시작했다. 충돌 34초 전 비행기 고도는 500피트(152m)까지 떨어졌고 속도 역시 134노트(시속 248㎞)로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속도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충돌 34초를 지나면서다. 34초 전 시속 134노트를 유지하던 비행기 속도는 그 이후 현저하게 떨어지기 시작해 충돌 16초 전 고도가 200피트(61m)를 기록할 무렵 속도가 118노트(시속 219㎞)로 뚝 떨어졌다. 이는 활주로에 접근할 때 권장속도인 137노트(시속 258㎞)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충돌 8초 전 비행기와 지상 간 거리는 125피트(38m)까지로 더욱 좁혀졌고 속도는 112노트(시속 207㎞)까지 떨어졌다. 미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이 순간 사고기는 착륙 속도를 조절해주는 장치인 스로틀(throttle)을 전방으로 밀어 추력증가를 시도했다. 착륙이 가까워지면 통상 엔진 출력을 거의 줄이는 것과 달리 추력을 키운 것으로 조종사들이 운항 중 이상을 느꼈다고 볼 수 있을 만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고기가 착륙을 포기하고 다시 상승하려고 했을 가능성'과 '속도가 떨어졌다고 판단해 속도를 조정하는 과정' 등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충돌 4초 전, 사고기에는 추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경보음이 울렸고 충돌 1.5초 전 기장이 '고 어라운드(go-around)'를 외치면서 기수를 올리려고 재상승을 시도하는 순간 비행기 꼬리 부분이 활주로 앞 방파제에 그대로 부딪혔다. 충돌 순간 사고기의 속도는 196.3㎞로 충돌 3초 전보다 더 빠르다. 이 때 관제사가 "비상사태"를 알리고 조종사와 교신한 뒤 구급차와 소방차가 출동했다.
사고기 조종사가 "출력 레버를 당겼지만 생각만큼 출력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국조사반에 진술한 것과 관련해 조사반의 한 관계자는 "레버를 당기면 출력이 올라갈 때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하지만 사고기는 그 전에 충돌했기 때문에 그런 진술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NTBS의 발표는 고도나 속도 등 비행 데이터에 관한 것으로 왜 속도와 고도가 급격히 변했는지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보다 전문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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