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 생활 18년 동안 이 홀에서 세컨 샷을 그린 넘겨 OB낸 골퍼는 처음 봤어요.” 토비 도슨을 플레이를 도왔던 뉴서울CC의 베테랑 캐디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526야드짜리 파5의 13번홀에서 도슨이 홀 240야드를 앞두고 5번 우드 세컨 샷을 날려 그린 너머로 볼을 보내버리는 장타 쇼를 펼쳤기 때문. 티 샷이 286야드나 나간 것도 놀랍지만 세컨 샷으로 그린을 훌쩍 넘겨 “260야드는 족히 나갔을 것”이라는 게 캐디의 말이었다. 그러나 그 홀은 시작에 불과했다. 샷건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11번홀에서 플레이를 시작했던 도슨은 경기가 끝날 무렵이었던 6번홀에서 315야드의 티 샷을 날려 롱기스트가 됐다. 도슨은 다른 홀에서도 300야드를 쉽게 넘기는 장타 실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그러나 방향은 아직 불안한 편이어서 좌우로 크게 틀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 기록은 버디 2개를 곁들이며 13오버파 85타. 155야드 파3의 13번홀 그린 주변에서 로브 샷으로 버디를 낚기도 했으나 497야드 파5의 2번홀에서 트리플보기를 하고 나머지 3개홀에서 모두 더블보기를 해 4개의 파5홀에서만 9오버파를 쳤다. 경기를 마친 뒤 햇빛에 그을어 두 뺨이 발그레해진 도슨은 “사실 라운드 시작 전에 많이 걱정했는데 동반자들이 편하게 해준 덕에 기분좋게 라운드 할 수 있었다”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이날 오전 일찍 대회장에 도착했을 때의 잔뜩 긴장한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레이프 커뮤니케이션의 채수삼 회장과 ADT캡스의 이혁병 사장, 유럽과 미국 무대에서 활동했던 이주은 프로 등 도슨의 동반자들은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내내 화기애애하게 플레이를 펼쳤으며 도슨이 장타 쇼를 펼칠 때마다 박수로 격려했다. 한편 시상식에서 자신의 기념품 경매를 지켜보고 행운권 추첨 및 시상도 담당했던 도슨은 “완벽한 축제 분위기였다”며 “이 분위기가 계속 이어져 힐스테이트 서경오픈이 한국 최고의 골프 축제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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