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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유박사의 연구세계
입력2001-02-07 00:00:00
수정
2001.02.07 00:00:00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유박사의 연구세계
재료공학 학풍 이어받아 학문에만 전념 '연구벌레'
지난해 여름, 유한일 교수는 독일 하노버 대학의 슈말츠리드(Schmalzried) 교수를 찾았다. 슈말츠 교수는 재료공학분야의 거목으로 90년 연구교수로 독일을 찾은 뒤부터 공동연구를 할 정도로 평소 교류가 잦았다. 그는 슈말츠 교수를 무척 존경해 오고 있었다.
유 교수는 슈말츠 교수와 헤어지면서 무척 난처한 경험을 했다. 오래 돼 누렇게 색까지 바랜 넥타이핀을 뽑아 유 교수의 손에 쥐어줬기 때문이다. "다르켄 교수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라는 말과 함께..
다르켄(Darken) 교수는 재료공학의 뿌리인 금속열역학을 개척한 과학자로 관련 분야에서는 첫 손가락에 꼽히는 인물이다. 유 교수는 넥타이핀을 받아 들면서 '다르켄 교수가 일군 학문의 전통을 슈말츠 교수가 이어 받았고 이제 나에게 오는구나' 라고 느꼈다.
과학자들은 자신의 수제자에게 평소 가장 아끼던 물건을 주는 습관이 있다. 그 동안 이룩한 학문을 계속 이어줄 것을 당부하고 사랑도 표시하기 위해서다. 유 교수가 받은 넥타이핀은 그가 재료공학분야의 학통을 이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유 교수지만 학창시절 눈물을 삼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는 51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유 교수는 엄격한 유교집안에서 자라 중학교까지는 영재로 소문이 자자할 만큼 학업성적이 우수했다.
그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모이는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자신이 넘치기도 했다. 서울의 모 명문고에 응시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낙방'이었다.
검정고시로 대학 시험자격을 따내고 서울대 입학 시험을 쳤지만 이번에도 떨어졌다.
유 교수는 젊은 시절의 어려웠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유 교수는 "운이 좋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과학자로서의 길을 걷게 해준 큰 스승을 많이 만났다는 의미다.
유 교수는 79년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 MIT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여기서 은치ㆍ탈러 교수로부터 과학적인 연구방법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또 그가 발견한 '옥시모론'의 기초 재료가 된 티타늄규소탄화물을 만들어낸 드렉셀 대학의 마이클 바슘 교수는 바로 MIT에서 만난 동료 연구원이었다.
유 교수는 특히 이 곳에서 칼 와그너 교수가 만들어 놓은 독특한 학풍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 칼 와그너 교수는 그가 MIT에 가기 20년 전에 정년 퇴임했다. 그러면서도 유 교수는 칼 와그너 교수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가장 존경하는 과학자라는 말도 수시로 강조한다. 그러나 그는 말한다.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과학적인 학풍과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가를 배웠다."
유 교수는 요즘 '이온공학(이오닉스ㆍIonics)'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온공학은 전자와 이온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분야로 세라믹소재의 새로운 응용분야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다.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다"고 그는 말한다.
유 교수에게는 '연구 벌레'라는 별명이 어울린다. 그 자신 조차 "학교 실험실과 집만 왔다 갔다 한다"고 말할 정도다. 유 교수는 연구에 대한 욕심이 식기는커녕 갈수록 키워 가기만 한다.
문병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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