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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프리미엄 vs 4선의 관록' 4ㆍ11 총선에서 서울 송파을이 주목 받는 데는 보수정당의 대표적 텃밭인 '강남3구'에 도전한 4선 중진인 천정배 민주통합당 후보의 지명도가 크게 작용했다.
이곳은 각각 18대와 17대 지역구 의원인 유일호 새누리당 후보와 박계동 국민생각 후보의 대결구도가 예상됐던 지역이다. 그런데 4선 현역에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 후보가 전략공천됐고 공천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천 후보가 오차범위 이내로 유 후보를 추격하면서 높은 인지도를 실감케 했다.
진보성향 유권자들은 전국적 지명도를 갖춘 천 후보가 출마하면서 간만에 경쟁력 있는 민주통합당 후보가 나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30여년 잠실 토박이라는 회사원 김형욱(33)씨는 "원래 진보성향 후보를 지지했으나 워낙 여권에 유리한 지역이라 포기하고 있었다"며 "천 후보의 현수막을 보고 힘을 실어주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지역은 선거구가 확정된 17대 이후 내리 현 여권 후보가 당선된 새누리당 강세 지역이다. 또 강남3구에서 유일하게 현역 의원이 공천될 정도로 유 후보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 주민 김장주(62)씨는 "워낙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가 안정적이라 유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 후보는 또 전략공천된 지 한 달이 안 돼 지역구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그는 "늦게 온 것은 아쉽지만 공천 직후부터 벼락치기로 지역을 공부해 적응했다"고 해명했다.
송파을은 강남3구에서도 중산서민층과 부유층 거주 지역이 공존한다. 이에 각 후보들도 각 지역마다 접근하는 방식을 다르게 가져가고 있다. 유 후보는 경제전문가 이미지와 동시에 신천 지하철역명 변경, 9호선 연장구간 전철역 출구 조정 등 지역밀착형 공약을 준비했다. 그는 "4년간 지역구 관리를 열심히 했다. 외형적 이미지도 서민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각 전통시장 등 지역 행사마다 꼬박꼬박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천 후보는 이명박(MB) 정부 심판과 함께 '상식과 양심의 정치'를 내세운다. 그는 "지역 주민들의 양식을 믿는다"며 "송파에서도 중앙무대에서 일할 수 있는 인물을 낼 때가 됐다"고 인물론을 강조했다.
주택가가 많아 선거열기가 많이 올라가지 않았고 박 후보가 보수층 표를 잠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승부는 아직 모른다는 게 두 후보 측의 공통된 분석이다. 지난 2일 발표된 방송3사 여론조사에서는 유 후보가 10.7%포인트 앞섰으나 야권 성향의 '숨은 표'를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석촌시장에서 반찬가게를 하는 임경숙(63)씨는 "시장 사람들끼리도 아직 대세가 결정이 난 것은 아닌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지역 현안으로는 ▦가락시영ㆍ잠실주공5단지 등 아파트 재건축 ▦가락농수산물시장 이전 등 부동산 관련 문제들이 꼽힌다. 유 후보 측은 공약으로 재건축ㆍ재개발 규제 완화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천 후보 측은 정책을 집행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유 후보는 또한 잠실 재건축 단지에 젊은 세입자 가구가 많은 것을 감안해 교육ㆍ보육 분야에 특화된 공약을 내세울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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