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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감사회제도 문제있다
입력2003-07-02 00:00:00
수정
2003.07.02 00:00:00
최근 근로자경영참여가 우리 경제의 화두로 등장하면서, 종종 그 모델로 독일감사회제도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감사회제도는 독일에서 조차도 경제성장의 장애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근본적 개혁 없이는 독일의 미래는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매우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감사회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 76년 공동결정법 제정 이후 근로자경영참여를 실현하는 장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주식회사는 반드시 노사동수로 구성된 감사회를 설치하고, 본 감사회에서 이사를 선임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독일 주식회사의 기업지배구조를 보면 주주의 권리는 매우 미약한 반면 근로자의 권리는 매우 비대한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대표적인 예로 독일주식회사는 거의 이익배당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는 대부분이 정관을 통하여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따라서 2002년 현재 경제현실을 보면 독일에는 100만개 정도의 회사가 있으나, 그 중 1%만 주식회사이며, 공개회사는 3,000개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러한 공개회사 중 6개사의 주식이 전체 주식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투자자의 대부분은 은행이며, 이로 인해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들은 독일의 주식시장이 전세계적으로 볼 때 매우 후진적이라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감사회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이미 오래 전부터 독일에서도 많은 지적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WTO체제가 출범하기 바로 이전부터이다. 특히, WTO 출범 후 전 세계 경제는 신자유주의 사조의 물결에 따라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그 일환으로 각국의 자본시장이 급속도로 세계화 되는 현상을 보였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독일 주식회사 체제로는 주주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미국경제와 경쟁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따라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독일 정부는 94년부터 대대적으로 법 제도를 개선하여 자본시장을 육성하고자 노력한 바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94년에는 소규모 주식회사법을 제정하여 500인 이하의 종업원을 고용하는 주식회사의 경우에는 공동결정제도의 적용을 배제토록 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독일에서는 주식회사보다는 유한회사가 갖는 세제상의 혜택 등 장점이 많기 때문에 소규모 회사들이 굳이 주식회사로 조직을 변경할 유인을 제공하지 못함으로써 사실상 유명무실한 법개정이 되어 버렸다.
또 독일 정부는 98년에는 일명 콘트라법을 제정하여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주식법상의 규정을 폐지하여 주주들의 권리를 확대하고자 노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선노력은 여전히 공동결정제도를 수반하는 감사회 체제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비판은 독일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자본의 투자율이 여전히 독일자본의 외국투자율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여 볼 때에 설득력이 있다.
이 시점에서 현재 우리 노동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근로자 경영참여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그 모델로 독일의 공동결정제도와 감사회 제도를 거론 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무모한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의 자본시장은 주주 자본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을 근간으로 하는 감사회 제도가 우리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 법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76년 공동결정제도가 도입된 이후부터 큰 폭으로 하락하였으며, 2000년 이후에도 여전히 유럽연합 내에서도 가장 낮은 0.1%에 불과하다. 더욱이 2003년에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독일을 모델로 하여 근로자 경영 참여을 논하는 것은 세계의 경제현실을 외면한 무모한 논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전삼현(숭실대 법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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