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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시세의 75~85%라고?

새해 벽두부터 서울시가 야심차게 내놓은 주택 정책이 화제다. 정부가 신뢰를 잃은 마당에 서울시라도 희망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 같아 일단은 반갑다. 그런데 내용을 찬찬히 읽어내려가다 보니 입맛이 조금 씁쓸해진다. 서울시 공공 아파트의 분양가를 시세의 75~85%에 맞추겠다는 대목에서다. 집을 값싸게 공급하겠다는 취지 자체야 나무랄 수 없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비싼 게 당연시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오히려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언제부터 공공기관이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정했나” 하는 의문이 고개를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우리 분양시장에서 ‘시세’만큼 편리하면서도 무책임하고, 현실적이면서도 모호하게 쓰여온 개념도 별로 없다. 민간업체들이야 분양가 자율화 이후 전가의 보도처럼 시세를 갖다썼지만 공공이 시세를 공식 인용한 사례는 지난해 판교 신도시가 처음이었다. ‘실질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90%로 맞춘다’는 채권입찰제가 그 주인공이다. 당첨자의 과도한 시세차익을 환수한다는 취지와 달리 이 제도는 시행 초기부터 여러 비판에 시달렸다. 정부가 ‘거품’이라던 시세를 근거로 분양가를 책정하는 바람에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채권입찰제에는 문제가 없다고 버티던 정부도 최근 시세의 80%로 기준을 낮추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서울시도 시세 얘기라면 빠질 수 없다. 지난해 집값 폭등을 촉발했던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은평 뉴타운이었다. 서울시가 터무니없는 고분양가를 내놓자 시세는 걷잡을 수 없이 춤추기 시작했다. “자기들이 시세를 부풀려놓고 그걸 굳히려고 드나” “공사가 원가에 최소 이윤만 붙여 팔면 되지 웬 시세 타령” 등 네티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분양가를 너무 깎아도 소수의 당첨자에게만 특혜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10년 전매제한 같은 강력한 규제는 이런 특혜를 어느 정도 정당화해준다. 게다가 공공주택은 대부분 무주택 서민의 몫이다. 공공이 나서 당첨자의 시세차익을 걱정하기보다는 저렴한 주택을 최대한 많이 공급하는 일이 더 시급해 보인다. 지금 공공에 거는 기대는 ‘시세의 몇 %에 맞춰라’가 아니라 ‘손에 잡히는 값싼 주택을 공급하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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