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부터 은행에서 보장성보험ㆍ자동차보험 등 사실상 모든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4단계 방카슈랑스가 시행될 경우 보험설계사 대량 실직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방카슈랑스 재연기 논란이 재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개발원은 2일 ‘방카슈랑스가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생명보험사의 보장성보험을 방카슈랑스에 개방할 경우 최소 2만4,000명에서 최대 7만5,000명의 설계사가 실직할 것으로 전망했다. 손해보험의 경우에도 최소 1만3,000명에서 최대 1만9,000명까지 설계사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보험설계사는 현재 ▦생보 16만명 ▦손보 12만명 등 총 28만명으로 최악의 경우 33.6%인 9만4,000명이 직장을 잃게 된다는 얘기다. 보험개발원은 생보의 경우 가입자에게 충분한 상품 설명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 소비자 편익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보장성보험은 저축성과 달리 보장수요로 한정돼 이미 경제활동인구(취업자)의 절반이 가입해 있는 만큼 방카슈랑스에 따른 추가적인 시장 확대가 어려운 반면 보장내역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제시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9만명의 임직원과 6,000여개의 지점을 갖춘 은행이 막강한 마케팅 경쟁력을 바탕으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할 경우 은행업에 대한 생보사의 종속 정도도 심화될 것으로 우려됐다. 개발원은 설계사 채널과 은행 채널이 같은 가격에 생보상품을 판매할 경우 월납초회보험료 기준 은행 점유율이 최대 22%에 이르고 보험설계사 2만4,000명이 실직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가격을 10~15% 인하할 경우 방카슈랑스 점유율이 최대 70%에 달하고 생보 설계사 가운데 46%에 달하는 7만5,00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진단했다. 개발원은 자동차보험 방카슈랑스 시행에 따른 손보사의 추가 적자규모도 3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의 신규 창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리베이트 관행 등을 감안할 때 사업비 증가에 따른 영업수지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방카슈랑스를 통해 16%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온라인 자동차보험의 점유율(13%)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개발원은 자동차보험만을 기준으로 보면 1만3,000명, 장기보험의 보장성 영역을 포함하면 1만9,000명의 설계사가 실직 위험에 놓일 것이라고 밝혔다. 개발원은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4단계 방카슈랑스의 폐지나 연기ㆍ보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물밑에서 거론되던 방카슈랑스 연기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안철경 보험개발원 산업연구팀 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에도 보험금 부당 미지급 발각 사건이 일어나면서 올해 말로 예정된 방카슈랑스 시행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4단계 방카슈랑스의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한 후 시행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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