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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9월23일] <1508> 체커스 연설


1952년 대선을 앞둔 미국 공화당이 위기를 맞았다. 부통령 후보인 리처드 닉슨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탓이다. 민주당은 열세를 뒤집을 호재라고 여긴 듯 연일 닉슨의 도덕성을 비판해댔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부통령 후보 교체론이 나왔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드와이트 데이비드 아이젠하워 대통령 후보도 사태가 점점 악화되자 '해명하지 못하면 같이 갈 수 없다'며 닉슨을 다그쳤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닉슨의 선택은 TV방송 연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전국적 TV네트워크인 NBC의 방송시간 30분을 7만5,000달러에 사들였다.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닉슨의 해명은 1952년 9월23일 오후6시30분부터 30분간 전파를 탔다. '지인으로부터 1만8,000달러의 후원금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국민과 유권자 여러분께 사과 드린다. 그러나 개인 용도로는 단 한 푼도 쓰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받은 것은 내 딸을 위한 체커스(Checkers)라는 이름의 강아지 한 마리뿐이다.' 연설은 바로 효과를 냈다. '중요한 것은 강아지가 아니라 불법 선거자금'이라는 민주당의 반박이 통하지 않았다. 논리보다는 감성에 호소한 전략이 먹힌 것이다. 감성과 TV를 활용한 닉슨의 해명은 '체커스 연설'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강아지를 동원한 연설의 원조는 루스벨트. 잃어버린 애완견을 찾기 위해 해군을 동원한 점을 공격받자 루스벨트는 '나의 작은 개의 명예훼손에 분개한다'는 연설로 비난을 잠재웠었다. 루스벨트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은 닉슨과 공화당은 11월 대선에서 승리를 거뒀다. 한국에서도 이런 게 가능할까. 다운계약서와 위장전입, 탈세 의혹이 국무위원의 필수조건인 것 같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뇌리를 떠도는 단어들이 있다. '범죄 무감증과 오리발,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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