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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GE 성장모델' 벤치마킹 제2도약 노려

반도체 뒤 이을 차세대 유망제조업 찾기 마땅 찮아<br>금융그룹 변신 성공한 GE式 사업구조로 재편 추진



“최근 삼성 위기의 본질은 반도체에 의존하는 천수답식 사업구조에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 삼성그룹이 반도체 시황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는 취약한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앞으로 10년 뒤를 겨냥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절박한 시점에서 금융업을 글로벌 비즈니스로 육성, 그룹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제너럴일렉트릭(GE)식 모델을 청사진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삼성그룹이 금융업을 차기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이유는 무엇보다 금융산업이 호황이나 불황에 구애받지 않고 꾸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비시황 산업이기 때문이다. 금융업을 글로벌화해 금융과 제조를 삼성그룹의 양대 축으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반도체의 뒤를 이어 세계 1위의 선도산업으로 육성할 차세대 제조업을 찾기가 수월하지 않은 점도 금융업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를 위해 삼성그룹은 단순히 금융계열사의 해외 지점을 늘리는 수준을 넘어 GE처럼 해외 금융사들을 대거 인수합병(M&A)하는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글로벌 금융시장 전면에 부상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990년대 후반 당시 GE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잭 웰치는 GE캐피털을 통해 신용카드ㆍ리스ㆍ생명보험ㆍ소비자금융회사 등을 대거 인수, 금융업을 그룹의 양대 축으로 성장시켰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전략은 지난달 말 보고된 ‘금융계열사 글로벌화’ 보고서에 핵심 계획으로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취약한 그룹 포트폴리오=삼성그룹이 금융 부문 글로벌화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전자 부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업구조의 취약성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악화가 삼성그룹 전체의 위기론으로 비화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전자 중심의 사업구조 때문에 그룹의 이익이 반도체 시황에 ‘일희일비’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총매출 141조원을 올려 이중 14조1,000억원을 세전이익으로 남겼다. 올 상반기에는 매출 90조원과 세전이익 6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일등기업군의 성적표다. 그러나 올 2ㆍ4분기 그룹 전체 이익 가운데 전자 부문이 57%나 차지한다. 금융 부문은 23.9%에 불과하다. 2005년의 전자 부문 이익 비중 77%에 비하면 비전자 계열사들의 비중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올 2ㆍ4분기 비전자 부문의 이익 비중이 높아진 것은 증권ㆍ보험 등 금융계열사의 실적이 개선됐다기보다 오히려 삼성전자의 실적이 크게 나빠진 데 원인이 있다. 지난해부터 D램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를 타면서 급기야 올 2ㆍ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001년 4ㆍ4분기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아울러 삼성전자 외에 삼성SDIㆍ삼성코닝 등 사양품목이 돼버린 브라운관 관련 계열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삼성그룹의 고민이다. 삼성SDI는 발빠르게 PDP로 사업 무게중심을 옮겨갔지만 PDP 시황 때문에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생명ㆍ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와 건설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 조선업종인 삼성중공업 등은 각각 국내 1위 또는 선두권이지만 글로벌 기업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사업 구조조정 모델은 GE=삼성그룹의 금융업 강화는 그동안 제조업 중심 성장전략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삼성그룹이 한때 전자 외에 또 다른 성장축으로 삼으려고 했던 자동차산업은 1998년 진출한 후 3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이후 삼성그룹은 ‘주마가편’식으로 반도체에만 올인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이미 포화상태인 제조업 진입이 힘들다는 것을 톡톡히 경험한 셈이다. 현재 삼성그룹은 삼성종합기술원을 중심으로 차세대 신수종사업으로 바이오와 에너지사업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반도체칩과 바이오기기를 접목해 신기술로 육성하고 태양광발전 등 에너지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삼성종기원은 관련 연구개발(R&D)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최근 최치훈 GE에너지 아시아태평양총괄 사장을 사장급으로 영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신수종사업 발굴에 나선 지 수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는 데 있다. 업계 전문가는 “충분한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시장 자체가 아직 열리지 않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금융업은 글로벌 인력과만 갖춰진다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 뚜렷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과 GE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체를 보유하고 있고 다양한 금융 분야에 진출했지만 은행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 금산분리 규제를 받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며 “삼성그룹 금융 부문의 글로벌화 수준과 비중이 크게 낮아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금산분리 정책에 따라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GE는 미국 내에서는 GE캐피털을 중심으로 신용카드와 보험ㆍ자동차할부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해외에서는 동부ㆍ중앙 유럽에서 은행을 인수, 수백여개의 은행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GE캐피털은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20위권에 기록되는 거대 기업으로 GE 순익의 30%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 같은 GE식 사업구조를 모델로 삼아 새로운 도약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거대 금융그룹 GE는
제조업 노하우 금융부문 접목 단숨에 글로벌시장 강자 부상
제너럴일렉트릭(GE) 하면 전구와 가전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GE의 모태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지난 1878년 설립한 에디슨일렉트릭라이트. 1892년 이 회사는 두 전기회사와 합병, 회사명이 GE가 됐다. GE는 이후 발전설비, 항공기 엔진, 플라스틱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굴지의 제조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백열전구와 가전 부문이 일본 기업들에 잠식당하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다. 1981년 취임한 잭 웰치 회장은 180여개의 사업부 중 의료ㆍ서비스ㆍ금융 등 세 분야를 중심으로 43개 사업만 남겨놓고 모두 없앴다. 1990년대 후반 들어 GE는 GE캐피털을 통해 신용카드·리스·생명보험·소비자금융회사 등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GE의 고가 가전제품을 사는 고객들에게 할부금융을 해주던 소극적인 영업에서 탈피,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소비자금융은 물론 기계장비금융, 인수합병(M&A) 등 사업을 다각화했다. 이 같은 금융 부문의 강화로 GE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1980년대 초반 4%대에서 15%대로 상승했다. 제조와 금융·서비스 부문이 서로의 강점을 활용, 시너지가 극대화된 덕이다. 세계 최고의 제조 경영 노하우를 금융·서비스 부문에 확산시켜 단기간 안에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GE는 최근 가장 오래된 사업부의 하나로 GE의 모태로 불리는 플라스틱 부문을 매각하는등 상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웰치 후임 최고경영자(CEO)인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플라스틱 사업부 매각을 포함해 350억달러 규모의 사업을 팔았다. 동시에 800억달러를 들여 생명과학ㆍ항공사업ㆍ의료기기 회사들을 인수했다. 현재 GE의 사업 부문은 총 6개로 크게 금융ㆍ제조ㆍ서비스 등 세 분야로 이뤄져 있다. 금융에는 기업금융과 소비자금융, 제조에는 인더스트리얼(가전ㆍ실리콘)과 인프라(항공기엔진ㆍ에너지ㆍ기관차 등), 헬스케어(의료ㆍ보건 장비 등), 서비스에는 NBC유니버설(영화ㆍ엔터테인먼트) 등의 사업 부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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