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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대 대우자동차 회장
입력2002-06-02 00:00:00
수정
2002.06.02 00:00:00
"부평공장 GM서 3~4년내 인수기대"대담:이종환 산업부장
지난달 말 국내 경제 회복의 큰 걸림돌이었던 대우자동차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매각됐다. 이로써 이외환 위기 이후 '대우 사태'로 하락한 해외 신인도 향상으로 국내 경제 회복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특히 대우차가 GM의 하청공장화 우려에서 벗어난 데다 부평 공장의 매각 가능성을 높인 것은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번 매각 작업을 진두지휘했던 이종대 대우차 회장을 만나 그 뒷얘기를 들어봤다.
이 회장은 대우차 처리 이후 가장 큰 관심사인 폴란드 생산법인 FSO 처리 문제에 대해 "지난해 말 대우차와 채권단, 폴란드 정부 등 3자가 매각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이 구성했다"며 "부채 탕감, 출자전환 등을 통해 '뉴 스몰 컴퍼니(NSC)'를 설립, 인수조건을 개선하면 새 인수자를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또 "GM이 연구개발(R&D) 및 신차 개발 기능을 유지키로 하는 등 대우차를 종합자동차 회사로 키울 것"이라며 "부평공장도 생산성 등 4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3~4년 내 인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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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각 작업을 끝낸 소감이 어떠신지요.
▲한마디로 악몽이 끝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견 차이로 협상이 난관에 봉착할 때 마다 불면의 밤을 보냈습니다. 실제로 다른 유수 메이커와 예비 접촉도 가진 적이 있습니다. 배수의 진을 치고 협상 테이블에서 싸웠다고 할까요.
- 가장 어려웠던 적은 언제였습니까.
▲기본적으로 이번 협상은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 말대로 GM은 칼, 우리는 칼자루는 쥐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쪽은 인수하지 않아도 그만이지만 우리는 대안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2000년 법정관리인에 선임된 지 석달만에 7,000여명을 해고했던 게 가장 괴로웠습니다.
매각 협상이든 독자 생존이든 영업흑자를 내는 게 남은 사람이라도 살길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말을 할때 이 회장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는 대규모 정리해고라는 '악역'을 자처했지만 협상 과정에서는 고용승계를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GM측이 "경영자로서 경영보다 사람에 더 집착하는 게 이해할 수 없다"고 불평했을 정도로.
이는 동아일보 해직 언론인 출신인 이 회장이 실업자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 지난해 양해각서(MOU)와 이번 본계약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해외 부문을 포기하는 대신 부평 공장의 인수 가능성을 높인 데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법정관리인을 맡을 때 거창하게 국가 경제적인 이익보다는 실업자들을 덜 만드는 게 가장 큰 관심사였습니다. 종업원을 한두 명이라도 더 건진다면 인생의 마지막 직장으로서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번 MOU 체결 때 부평 공장이 인수 대상에서 제외됐을 때 너무 괴로웠습니다.
법원에 사표까지 제출했습니다. 그러다 본협상 때 GM이 MOU 틀을 부분적으로 수정하자고 하길래 대신 부평공장의 인수 조건을 객관화하자고 맞섰습니다. GM이 제시한 4가지 인수 조건은 3~4년내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공장 근로자들도 상당히 희망에 차 있습니다.
- 그래도 헐값 매각 시비가 있는데요. 특히 동구권에서 대우차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구축한 해외 네트워크가 사장됐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기회 비용을 생각하면 하루 빨리 팔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업이나 채권단의 손익계산서가 문제가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 국가 경제적인 안정감이 더 중요합니다.
매각되지 않았을 때 1만5,000여명의 임직원, 500여개 협력업체의 운명을 생각해 보세요.
동구권에서 쌓아놓은 브랜드 이미지와 네트워크 등도 아깝긴 하지만 수익성에 문제가 많았습니다. 어떤 곳은 1,000만원 짜리 부품 패키지를 내보내면 800만원에 완성차를 파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돈을 퍼부어가면서 구축한 것과 돈을 벌어가면서 구축한 네트워크는 그 의미가 천양지차입니다.
- 신설 법인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GM이 어떤 경영전략을 펴야 한다고 보십니까.
▲GM의 전략은 우리 측의 기대와 별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신설법인의 이름(GM대우 오토 앤 테크놀로지)에 '테크놀로지'를 집어 넣은 것이나 해외 시장의 60% 이상에서 대우 브랜드를 유지하기로 한 것도 대우차를 종합 자동차 회사로 키우겠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국 시장을 어느 정도나 되찾을 것 으로 예상하시는지요.
▲ 대우차가 가장 약한 레저용차량(RV) 등을 GM이 들여오면 앞으로 2~3년 내로 20% 정도의 시장 점유율은 회복할 것으로 봅니다.
계약서에 라인업을 현재 수준보다 늘리는 데 최선을 다하기로 명문화했거든요. GM이 경영전략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지만 생떼를 썼습니다. 약자로서 논리에서 밀릴 때는 생떼를 쓸 수밖에 없더군요.(웃음)
- 협력업체들의 정상화가 절실한 상황입니다만.
▲ 현재 27개 협력업체가 부도났지만 기아차나 쌍용차 부도 때 훨씬 더 심각한 상태인데도 생각보다 오랫동안 버텨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우차 부채 규모가 20조원에 달하지만 매각 대금은 다 합쳐봐야 10% 정도에 안 됩니다. 앞으로 채권단과 협력업체 등이 분배 방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됩니다.
- 혹시 대우차에 남아달라는 GM측의 제의는 있었는지요.
▲ 제의받은 적도 없고 가서도 안 됩니다. 자동차 회사 경영자로서는 자질이 부족한 데다 매각을 책임졌던 사람이 GM에 남는 것은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 입니다. 여러 번 말했던 대로 이계익 전 장관과 중국으로 아코디언 유학을 떠날 생각입니다. 1년 뒤 서울에 아코디언 학원을 내는 게 꿈입니다.
정리= 최형욱기자
사진=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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