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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12월25일] 대연각 호텔 화재


1971년 12월25일 오전9시50분, 대연각호텔에서 불길이 솟았다. 2층 커피숍의 프로판 가스통 폭발로 시작된 불길은 카펫과 커튼, 벽지 같은 가연성 물질을 타고 순식간에 번졌다. 서울 중부소방서가 긴급 출동한 10시17분 무렵, 불은 이미 21개 층 전체를 삼키고 있었다. 화재를 견뎌냈어야 할 비상계단에 쌓여 있던 가연물질에 불이 붙어 겨울의 강풍을 타고 퍼진 탓이다. 계단은 독성가스와 화염, 열기로 가득차고 투숙객들은 대피수단을 찾지 못했다. 옥상으로 향했던 사람들은 닫힌 철제문 앞에서 타죽었다. 소방대와 군, 미군의 헬기까지 동원됐지만 접근이 어려워 구조된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위로도 아래로도 출구가 막혀 버린 상황에서 투숙객은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투신으로 사망한 38명을 포함해 모두 163명이 숨진 대연각 화재 사건은 호텔 화재로서는 세계 최악의 사건이라는 기록을 아직도 갖고 있다. 성탄절 휴일, 하루 종일 TV와 라디오를 타고 전해지던 화재 소식이 아직도 들리는 것 같다. 재앙은 예고된 것이었다. 허가된 20층을 초과해 한 층을 더 올리고도 막판에 건축법 제한이 풀려 준공검사를 받은 지 한달 만에 사고가 일어났다. 스프링클러는 물론 방화벽도 없었다. 엉터리 준공검사에도 처벌은 호텔 사장과 지배인에 그쳤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인데 재수가 없었을 뿐’이라는 인식은 서울시민회관(1972년ㆍ사망 51명), 청량리 대왕코너(1974년ㆍ사망 88명) 등 잇따른 대형 화재를 겪고도 별반 사라지지 않았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같이 국제적 망신을 산 사건들도 개발 시대의 안전불감증과 ‘빨리 빨리 증후군’이 빚어낸 결과다. 다시금 성장과 속도가 중시되는 분위기 속에 혹여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지나 않을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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