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륨감을 강조한 머리와 짧은 원피스, 단순한 멜로디와 흥겨운 리듬…. 지난해 가요계에서 단연 돋보였던 원더걸스는 1960년대 흑인 음악 제작사인 '모타운' 소속의 여성3인조그룹 '수프림스(Supremes)'를 연상시킨다. 이 같은 모타운 스타일이 최근 국내 공연무대에서도 재연됐다. 지난 20일 서울 샤롯데 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드림걸즈(Dream Girls)'는 모타운 스타일의 가수들(제작사는 '수프림스'를 모티브로 했다는 일설을 부인한다)이 등장해 소울, 리듬앤블루스 등 흑인 음악을 들려준다. 사전 제작비만 100억 원이 투입된 한미 합작의 대작인 만큼 공연의 세련미와 영상미는 단연 돋보인다. 토니상을 3번이나 수상한 무대 디자이너 로빈 와그너가 내놓은 LED(발광 다이오드) 패널 5개는 극의 전개와 공간 활용에서 빛을 발했다. 무대 공간은 LED패널이 차지했고 세트는 제거됐다. 세트 전환 시간이 사라지면서 쇼의 분위기가 한층 강화됐다. 프로듀서 존 브릴리오와 작곡가 헨리 크리거는 20여년 만에 리메이크해 미국 공연에 앞서 선보인 만큼 원작의 '계승과 변화' 공식에 충실했다. 냉혹한 쇼비즈니스 세계에서 흑인 여가수들의 우정과 성공을 다룬 줄거리는 그대로다. 1981~1985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2006년 비욘세가 출연한 동명 뮤지컬 영화의 굴레를 걷어낸 건 음악이다. 원작에는 없었지만 2006년 영화에 삽입돼 인기를 끈 노래 '리슨(Listen)'은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옮겨갔다. 한때 같은 팀이었지만 불화로 결별한 여가수 에피와 디나가 화해하며 부르는 이중창 '리슨'은 영화에서보다 강한 여운을 남긴다. 에피가 애절하게 부르는 소울 '원 나잇 온리(One night only)'를 극의 전개에 맞춰 1절은 소울, 2절은 댄스로 바꾼 장면도 탁월하다. 다만 배우들의 노래는 다소 아쉽다. 음색의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소울의 깊은 맛이 전달되지 않아 '수프림스'의 다이애나 로스를 떠올린다면 조금은 실망하는 관객도 있을 듯하다. 7월 26일까지.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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