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스칸이 영토확장에 매진하는 동안 정복한 영토를 다스리며 제국을 유지한 것은 그의 딸들이었다고 한다. 딸들은 제국을 통치했으며 언어와 관습이 달랐던 제국에 체계를 부여했고 때로는 아버지의 정복전쟁에 동참하기도 했다.
'몽골비사'(蒙古秘史)는 몽골의 왕조사를 기록한 몽골의 역사책이다. 칭기즈칸의 발언록을 정리한 이 책은 몽골 제국의 기본적인 법률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칭기스칸 사후에 '몽골비사' 중 칭기스칸의 딸들에 관한 이야기는 잘려나가게 된다. 방탕하고 무능했던 칭기스칸의 아들들이 누이들이 갖고 있던 영토를 탐내 그녀들을 숙청하면서 그녀들의 이야기까지 없앤 것이다.
잘려나간 부분은 1206년 여름 칭기즈칸이 한 발언 내용을 기록한 부분이다. 칭기즈칸이 그의 아들들, 형제들에게 그들의 능력과 공훈에 따라 관직과 봉토 등을 하사했고 이어 딸들의 업적과 공로를 발표하기 위해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고 기록한 대목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잘려나간 페이지 속 이야기를 복원한 것이다. 저자는 몽골 민요, 설화 등 기본적인 자료와 현지답사 등을 토대로 칭기즈칸 딸들의 활약상을 되살려냈다. 저자는 칭기즈칸이 전면에 나서 영토확장에 매진하는 동안 정복한 영토를 다스리며 제국을 유지한 것은 그의 딸들이었다고 말한다. 칭기즈칸의 아들 4명이 그리 영특하지 못했던 반면 7~8명에 달하는 딸들 중 4명은 왕비 자격으로 그들의 나라를 다스렸고, 대규모 군부대를 지휘했다고 기록한다.
특히 칭기즈칸의 증손자 카이두칸의 딸인 쿠툴룬 공주는 씨름을 잘해 당해낼 남자가 없었다고 한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토트'의 모델이 됐던 여인이 바로 이 여성이다. 저자는 "이 여자들처럼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권력을 휘두르고 또 그토록 넓은 영토를 지배한 역사적 인물들은 전무후무하다"며 "칭기즈칸은 자신이 정복한 제국의 방비를 아들들에게만 맡겨놓을 수가 없어서 점점 더 딸들에게 의존하게 됐다"고 밝힌다.
저자는 칭기즈칸 딸들의 이야기와 함께 몽골의 역사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자는 "잃어버린 이야기를 복구하려는 자그마한 노력"이라며 "몽골비사에서 삭제된 페이지들을 재구성하고 지난 700년동안 몽골인들은 물론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들을 되찾아내려고 했다"고 말한다. 또 진실은 망각, 은폐, 인멸될 수 있지만 사라진 정보는 드러나게 마련이라며 여기저기 흩어진 파편적인 정보들을 통해 칭기스칸의 딸들을 복원해 냈다고 강조한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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