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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관광객과 여름 휴가를 떠나기 전 면세쇼핑을 즐기려는 내국인들이 북적대는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 면세점 1층에 최근 새로운 공간이 탄생했다.
지방시와 보테가베네타, 펜디 등 해외 럭셔리 브랜드가 자리한 이 곳에 토종 액세서리 브랜드인 닥스액세서리가 당당히 자리잡은 것이다. 다음 달 말까지 운영되는 팝업스토어라는 조건이 달리긴 했지만 이례적인 매장 배치다. 여름 휴가철이 낀 성수기에 수많은 내외국인 손님들에게 브랜드를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업체 측은 싱글벙글이다.
#. 지난해 국내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토종 잡화 브랜드 쿠론 역시 면세점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백화점에서도 베스트셀러인 스테파니 라인은 면세점에서도 잘 팔린다. 인기 드라마에 출연한 스타들이 들고 나온 제품을 콕 찍어 사가고 싶다고 말하는 중국인 고객들도 종종 찾아온다. 여세를 몰아 쿠론은 지난 12일 인천공항 한국관광공사면세점에 단독 부티크를 열고 맞은편에 위치한 세계적인 명품브랜드 샤넬과 경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토종 액세서리 브랜드가 면세점 시장에서 훨훨 날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면세점 유통 채널을 발판 삼아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는 업체들의 전략에 국내외 소비자들이 화답해주고 있는 덕분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패션의 닥스액세서리는 현재 롯데와 신라, 워커힐 등 8곳의 면세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까지 총 11개 매장을 열어 연간 2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닥스액세서리는 라이선스 브랜드지만 잡화류는 대부분 국내에서 기획하고 있어 토종이나 마찬가지다.
LG패션의 또 다른 잡화 브랜드인 헤지스액세서리도 닥스에 이어 면세점 시장 공략에 나섰다. 헤지스액세서리는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과 롯데백화점 서면점, JDC중문단지점에 입점해있다. 서면점에서는 폴스미스와 버버리 등의 브랜드들과 경쟁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인천공항 면세점에 단독 부티크를 낸 코오롱FnC의 쿠론은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JDC제주공항점 등 5곳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에만 이들 면세점 매장에서 5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연말까지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성주디앤디의 MCM도 토종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총 19개 면세점에 입점한 MCM은 중국 관광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아 지난 5월 롯데면세점 본점은 몰려드는 이들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MCM 매장을 한 군데 더 열었다.
토종 액세서리 브랜드가 면세점에서 선전하는 원인으로는 면세점 시장의 특수성에 힘입은 측면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공항 면세점의 경우 입국수속을 마치고 탑승구로 걸어가는 짧은 시간 안에 구매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옷보다는 잡화 선택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외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높은 면세점에서는 의류에 비해 각국의 유행을 덜 타고 사이즈를 고려할 필요가 없는 잡화가 고객 접근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
아울러 백화점 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외진출의 포석을 다져나가려는 업체들의 노력도 한몫했다.
김인권 LG패션 액세서리 영업본부장(상무)은 "면세점 입점은 호텔과 공항에 입점해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 관리가 가능하다는 입지적 장점에다 외국인들에게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노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해외진출에 유리한 전략"이라며 "기존 유통망이 거의 포화상태에 다다른 국내 시장에서 면세점은 향후 수 년간 유망한 신유통망으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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