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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잃은 우울증 골프로 이겨냈죠"

‘의족 골퍼’ 김민식 씨 “10년 전 사고 뒤 절망…골프가 내 마음의 의족”

오른쪽 다리를 잃은 후 '의족 골퍼'로 거듭난 김민식 씨가 10일 용인에서 열린 장애인골프대회에 참가해 드라이버 샷을 하고 있다.

10일 경기 용인의 신원 골프장 티잉 그라운드에 양손으로 목발을 짚은 남자가 섰다. 가만히 목발을 내려놓은 그는 허리를 구부려 티를 꽂고 볼을 얹었다. 스윙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웠지만 볼은 까만 점이 되어 날아갔다. 대한장애인골프협회 주최 ‘얼롱 위드 하모니(Along With Harmony)’ 장애인골프대회에 참가한 김민식(60) 씨는 ‘의족 골퍼’다. 오는 12월21일이면 오른쪽 골반 이하 절단 수술을 받은 지 만 10년이 된다. 서울에서 개인 사업을 하던 김씨는 그날 밤 광주-목포간 도로의 한 횡단보도에서 시속 90km로 질주하던 승합차에 부딪치는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신체의 고통과 함께 우울증세가 그를 괴롭혔다. “후천적 장애는 정신적 고통이 아주 큽니다. 6개월의 입원을 포함해 1년여 치료를 받으면서 누구와 만날 수도,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됐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져 갔습니다.” 2년간 암울한 나날을 보내던 그에게 선배가 찾아왔다. 사고가 나기 5~6년 전부터 사업 관계로 시작한 골프를 꽤나 좋아했다는 사실을 떠올린 선배는 그를 골프연습장으로 데리고 갔다. 의족을 한 오른쪽 다리로 체중 이동을 할 수 없었고 다운스윙 때 오른발로 지면을 밀어내는 동작은 불가능했다. 드라이버 샷이 100m 정도 밖에 가지 않았지만 다행히 똑바로 날아갔다. 80타대 초ㆍ중반을 꾸준히 쳤던 그는 골프에 마음을 붙이기로 결심했고 점차 ‘의족 스윙’에 적응했다. “뭔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골프를 매개로 사람들을 향해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습니다. 골프가 다리를 고쳐줄 수는 없었지만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에 큰 힘이 됐습니다.” 골프가 ‘마음의 의족’ 역할을 해준 셈이다. 동네 뒷산을 다니며 왼쪽 다리 근력을 기른 그는 골프채를 다시 잡은 지 1년여 만에 230~240야드까지 드라이버 샷 거리를 회복했다. 오래지 않아 포천의 베어크리크에서 77타를 쳤고 최근에는 가평의 썬힐 골프장 파5홀에서 100m짜리 샷 이글도 기록했다. 의족 스프린터로 유명한 피스토리우스 못지 않은 ‘골프계의 피스토리우스’로 불릴만했다. 2007년에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최장타자인 버바 왓슨(미국)과 만남의 기회도 가졌다. 후배의 권유로 한국오픈 대회장을 찾았다가 초청 선수 왓슨의 골프강습 행사에서 드라이버 샷을 날렸다. “왓슨이 놀라움에 박수를 치면서 ‘가르칠 게 없다. 내가 그런 상태라면 그렇게 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던 걸로 기억한다”는 그는 “골프와 함께 제2의 인생을 연 내게 새로운 용기를 준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골프를 다시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참는 것이 힘들었지만 골프로 인해 건강도 좋아지고 사람들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면서 생활의 활력소를 얻게 됐다는 그는“골프가 대중화된 시대에 장애인도 똑같이 골프를 즐기고 싶어한다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력이 넉넉지 못한 장애인을 위해 공공으로 운영되는 퍼블릭 골프장만이라도 최소한의 예약 편의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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