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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 공직사회는 유엔의 인력감축을 보라

유엔이 본부 직원을 260여명 감축하는 인적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지난 1945년 10월 창설 이래 처음인 인력감축은 앞으로도 더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재정난 탓이다. 정년퇴직에 따른 자연감소분으로는 목표인원을 채우지 못해 후진국 출신이 많은 비정규직부터 잘라나간다고 한다.

유엔의 재정악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성공이 가져온 부산물이다. 분쟁지역에 대한 평화유지군(PKO) 파견을 비롯한 행정지원 강화와 극빈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 증대가 필연적으로 예산증가를 초래했다. 반면 수입은 제자리는커녕 뒷걸음질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회원국들이 분담금 증액과 납부를 꺼릴 뿐 아니라 체납도 많아 재정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편이다.

이런 와중에도 유엔 직원들은 반기문 사무총장이 제시한 온건 개혁 프로그램을 거부하거나 태업으로 맞서 환부를 키운 끝에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세계 최상급의 봉급에 각종 보험과 다양한 휴가, 풍부한 출장비와 업무추진비 등으로 '꿈의 직장' '글로벌 철밥통'으로 불리던 신분도 이제 예전만 못하게 생겼다.



유엔의 위기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이 유엔과 닮았다. 무엇보다 일하고 성과를 거두면 거둘수록 돈이 필요하지만 재원이 샘솟을 구멍은 막혀가는 재정 수급구조가 비슷하다. 정부가 투입한 재정이 더 큰 과실을 가져오던 과거의 생산적ㆍ투자적 예산집행과 달리 소멸성 예산 비중이 늘어난다는 점까지 닮은 꼴이다. 철밥통을 깔고 앉은 채 틈만 나면 조직을 확대하고 인원을 늘리는 정부 각 부처의 행태 역시 개혁을 거부하던 유엔 직원들과 다를 게 없다.

정부뿐이랴. 적자가 발생하면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할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아니더라도 저성장 기조에 들어선 마당에 작은 정부나 공무원 정원동결을 슬그머니 외면한다면 언제 철밥통이 깨질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 한국의 공직사회는 유엔의 구조조정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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