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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정하는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가 오는 26일로 예정된 가운데 벌써부터 차기 회장 및 행장에 대한 하마평이 나오는 등 혼란스러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중징계를 받아도 사퇴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섣부른 하마평이 나도는 것은 당국이 "이참에 KB 지배 구조를 손보겠다"고 메시지를 연이어 던지는 탓도 크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6~7명의 외부 및 전·현직 국민은행 고위 인사들이 차기 회장 및 행장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최근 '관피아 배제'의 분위기에 따라 관료들은 후보군에서 멀어진 상황이며 외부 인사에 비해 내부 인사의 오르내림이 상대적으로 더 큰 상황이다. KB의 한 핵심 관계자는 "만일 교체될 경우 또다시 외부 인사가 온다면 이는 KB를 나락으로 빠뜨리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교체될 경우 회장과 행장 겸임 가능성이 커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KB 내·외부에서 거론되는 인물은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 이달수·정연근 전 KB데이터시스템 사장 등이다. 상당수가 대구경북(TK) 출신이거나 '친박'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우선 지난해 회장 인선에서 임 회장과 함께 마지막까지 경합했던 이 전 부회장은 공모가 시작될 경우 다시 후보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지지하는 금융인 모임을 이끌어 현 정부와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출 과정에서 현 이순우 회장과 경합했던 이 이사장은 TK 출신으로 우리은행장을 지냈고 현 정권에서 미소금융재단을 이끌고 있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이들이 대표적 주자이긴 하지만 최근 분위기로 보면 정치권과의 밀착도가 높다는 점은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부사장, 김 전 부행장 등은 KB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전문성을 갖췄고 직원들의 신망도 두텁다. 윤 전 부사장의 경우 호남 출신이라는 약점은 있다. 이들은 지난해 은행장 인선 때도 하마평에 오르내렸으나 현 이 행장이 예상 밖으로 치고 나오면서 쓴맛을 봤다.
한편 주 전산 시스템 교체를 두고 갈등을 빚은 국민은행 이사진은 17일 시내 모처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또다시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한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달 19일과 30일 두 차례 임시 이사회를 열었으나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금감원은 제재를 앞두고 치열하게 징계 근거를 만들고 있고 KB 측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법률 자문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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