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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수출보험 민간개방 WTO 위반 우려

■ 설익은 정책금융 개편 곳곳서 폐해<br>수익 높은 대기업보험 넘기고 손해 나는 중기보험만 떠안을땐<br>금지보조금 조항 저촉 소지 커<br>무역보험公 보험료 인상 불가피… 수출 중기에 피해 돌아갈 듯


금융 당국이 무역보험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단기수출보험을 2017년까지 최대 40%까지 민간에 개방하기로 한 가운데 이 방안이 실현되면 세계무역기구(WTO)의 금지보조금 조항을 위반할 소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항에 저촉되지 않으려면 무보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 보험을 이용 중인 대다수 수출 중소기업들이 보험료 폭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뚜렷한 정책 목표 없이 보여주기 식으로 진행된 정책금융 개편이 가져온 또 다른 그늘인 셈이다.

11일 금융 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단기 수출보험을 민간에 개방할 경우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수출보험은 2년 이내의 수출거래에 대해 선적 전후 수출대금 회수불능 위험으로 발생한 손실을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현재는 정책금융기관인 무역보험공사가 100%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를 민간에 개방해 2017년까지 60% 수준으로 낮춘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단기수출보험의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민간에 개방하기로 한 점이다.

단기수출보험은 대기업의 경우 손해율이 90% 내외인 반면 중소기업은 130%에 달한다. 보험료를 100원 걷으면 대기업은 10원이 남지만 중소기업은 오히려 30원가량 손해가 나는 구조다. 무보는 중소기업 가입 비중이 높은 단기수출보험에서 손해가 나더라도 중장기수출보험에서 얻은 이익으로 이를 상쇄해 왔다. 정책금융기관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단기수출보험이 개방되면 수익을 우선하는 민간보험사들은 양질의 대기업 거래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안병수 서울디지털대학 물류통상학과 교수는 "민간 보험사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돈벌이가 안 되는 중소기업 보험을 가져 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면서 "만약 중소기업 보험을 팔더라도 손해율이 높은 만큼 보험료 인상을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장사가 안 되는 중소기업 보험은 정책금융기관인 무보가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무보가 지금처럼 손해를 일부 감수하고 중소기업 보험을 운영할 경우 WTO의 금지보조금 조항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WTO 금지보조금 부속서 j항은 단기수출보험의 경우 통상 최근 5년 간 수지균형이 유지되지 않는 무역보험은 보조금으로 규정해 이를 금지하고 있다. 무보는 대기업 보험료 수익을 통해 중소기업 손실을 보전하고 있는데 단기시장 개방으로 대기업 거래를 민간이 가져가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WTO조항에 저촉되지 않으려면 수지 균형 차원에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과거 100% 시장을 독점할 때와 달리 민간보험사들이 무보의 낮은 보험료를 문제 삼을 수도 있다.

결국 피해는 단기수출보험을 이용하는 중소기업에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료 인상에 부담을 느낀 중소기업들이 수출보험 없이 위험에 노출된 상태에서 수출거래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고위험 수출거래를 회피해 국가 경제 전반의 중소기업 수출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정책금융 개편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안 교수는 "정부가 단기수출보험을 민간에 개방하겠다고 밝혔지만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면서 "정책 목표가 뚜렷이 서지도 않은 상황에서 구색 맞추기 식으로 정책금융을 개편하다 보니 이런 폐해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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