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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공화국, 특별법 시급하다] <상> 진화하는 보험범죄

'눈먼 돈 타는 법' 인터넷에 줄줄이… 가족살해 등 수법 끔찍해져

"멀쩡해도 진단서부터… "

인터넷 관련 글 수천 건… 친딸까지 장애인 만들고 온가족 조직적 가담 늘어

적발액 연 10%이상 증가… 미적발 건수까지 포함 땐 새는 보험금 수조 달할듯


이달 초 사람이 한 짓이라고는 믿기 힘든 끔찍한 사건에 세간이 떠들썩했다. 다름 아닌 노모(44)씨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전 남편인 김모씨를 비롯, 재혼으로 만난 이모씨 등을 잇따라 살해해 충격을 준 것.

범행 과정은 치밀했다. 음식이나 음료에 농약을 조금씩 섞어 먹여 사인을 자살이나 폐렴으로 위장했다. 김씨와 이씨의 사망으로 받은 보험금만 각각 4억5,000만원, 5억3,000만원에 달했다. 시어머니인 홍모씨도 잔소리가 심하다는 이유로 같은 방식으로 살해했다.

노씨의 범행에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다음 타깃은 바로 자신의 친딸이었다. 지난해 7월부터 음식물에 제초제를 섞어 먹였다. 노씨의 딸은 최근까지 세 차례나 입원치료를 받았으며 입원보험금 700만원이 보험사로부터 지급됐다. 또 다른 살인을 막은 곳은 바로 보험사였다. 잇따른 보험금 수령을 수상하게 여긴 보험사가 경찰에 사건을 제보함으로써 3년을 걸쳐 진행된 기나긴 살인극은 막을 내렸다. 노씨는 수령한 보험금으로 하루 수백만원을 백화점에서 사용하거나 동호회 활동을 위해 2,000만원짜리 자전거를 구입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노씨는 검거된 뒤 "이제라도 범행을 멈추게 돼 다행"이라며 스스로가 보험사기에 중독돼 있음을 시인했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보험금을 노리는 범죄가 꾸준히 늘고 있다. 게다가 수법은 나날이 잔인해지고 교묘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상에는 여전히 '보험금 타내는 법'과 관련한 갖가지 조언이 범람하는 등 범죄로 이끄는 손길이 끊이지 않는다. 보험사기를 조장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한 셈이다.

◇계속되는 보험범죄=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 적발금액 또한 브레이크 없이 증가 추세다. 지난 2012년 상반기 2,237억원이던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3년 같은 기간 2,57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2,869억원을 기록하는 등 증가세만 매년 10% 이상이다. 적발되지 않은 보험사기액까지 감안하면 이를 통해 새는 보험금이 최소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엄살만은 아니다.

보험사기 증가 추세와 맞물려 관련 범죄가 점점 조직화하고 잔인해지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친딸을 장애인으로 만든 금모(47)씨 사건이 대표적이다. 금씨 부부는 자녀 명의로 다수의 상해보험에 가입,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는 방법으로 2005년부터 7년간 13차례에 걸쳐 총 5억7,000만여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이들은 도로를 달리다 전신주를 들이받고서는 짐승을 피하다 교통사고가 난 것처럼 꾸미는 식으로 사고를 위장했다. 금씨는 또 14세 된 딸 앞으로 후유장애보험 4개를 가입한 뒤 딸을 아파트에서 떨어뜨려 하반신 마비 상태로 만들었다. 금씨의 딸이 고의 교통사고로 입원한 뒤 퇴원한 바로 그날 일어난 사건이다. 이 같은 인면수심(人面獸心) 행각으로 금씨는 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가족들이 공모해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일가족 8명이 가족 명의로 여러 개의 보험에 가입한 후 입·퇴원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12억4,000만여원을 챙긴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2004년부터 7년 동안 10곳의 보험사에 67건의 보험을 가입한 뒤 장기입원하는 수법으로 거액의 보험금을 타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필요 이상의 장기입원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주변의 병·의원 19곳에서 251회에 걸쳐 번갈아 입원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아들·딸·장인·장모와 함께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7차례에 거쳐 4,800만원을 챙긴 부부의 사례도 있다.



금감원이 지난해 말 보험사기 중요 판결 70건을 선별해 내놓은 '보험범죄 형사판례집'을 보면 이 같은 추세가 더욱 명확하다. 사례집에는 중소기업 사장이 거액의 종신보험에 여직원을 가입시킨 후 사무실 내 물품창고로 유인, 둔기로 살해하고 보험료를 가로챈 사건이 나온다. 전문가가 개입한 사례도 있다. 병원 홍보과장이 의료실비보험에 가입한 환자 40명에게 허위입원을 권유, 환자들이 보험금 2,400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해나 살인 등 보험금을 목적으로 강력범죄 또는 고의사고를 내는 등 수법이 점차 흉포화하고 있다"며 "보험범죄는 보험사의 재정적 부담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보험료 인상 등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험사기 권하는 사회=보험사기와 관련된 정보를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 또한 문제로 꼽힌다. 예를 들어 '자동차사고 합의 방법'이라는 검색어를 모 포털사의 지식검색 사이트에 입력하면 관련 글만 5,500여건이 검색된다. 실제 '교통사고 발생하면 치료가 끝난 후 합의를 보는 게 유리하다'거나 '퇴원 후에도 통원치료를 받는 게 유리하다' 등의 조언이 끝없이 나온다. 또 큰 병원으로 옮겨서 부위별로 정밀촬영을 하는 식을 통해 보험금을 올려받으라는 조언도 나온다.

'교통사고와 관련해 보험금 타내는 법'을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는 '무조건 입원해서 보험금을 타내는 것이 장땡' 또는 '몸이 멀쩡하더라도 무조건 진단서부터 받고 보라'는 식의 조언이 나온다. 보험금을 눈먼 돈으로 보고 먼저 챙기는 사람이 임자라는 식의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이 보험사기나 보험금을 목적으로 불필요한 입원을 자처하는 이른바 '나이롱 환자' 때문에 많이 빠져나갈수록 결국 피해는 나머지 보험 가입자들이 보게 된다"며 "보험사기 신고 포상제도를 통해 보험 소비자들 또한 보험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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