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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10월 16일] 쌀값 안정의 조건

쌀(米)을 한자로 나누면 '八十八'이 된다. 벼농사를 짓는 것은 매우 힘이 드는 일로 쌀이 만들어지기까지 88종류의 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톨의 쌀이 만들어지기까지 그만큼 농부의 정성과 땀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우리에게 쌀은 평상시에는 생명을 이어주는 밥으로, 아플 때는 죽으로, 기쁠 때는 떡으로 쓰는 등 천년 이상 희로애락을 같이해왔다. 꽁보리밥 한 끼도 배불리 먹을 수 없었던 시절, 하얀 쌀밥을 먹을 수 있는 날은 일년 중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따라서 풍년은 농민을 포함한 온 국민이 바라던 소망이었다. 올해는 태풍과 재해가 거의 없었던 탓에 평년 이상의 수확이 기대돼 풍년이 예상되지만 그것이 두려운 게 농촌의 현실이다. 지난해 거둔 쌀이 아직도 창고 곳곳에 쌓여 있고 쌀값이 시원치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올해 쌀 수확량은 468만톤으로 최근 5년 중 최대ㆍ최소 수확년도를 차감 계산한 평균치보다 11만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쌀 공급과잉량도 지난해 12만5천톤보다 2만9천톤 늘어난 15만4천톤을 예상하고 있다. 쌀값은 10월 초 쌀 80㎏ 기준으로 지난 2007년에 15만2천원, 2008년 16만5천원, 올해는 14만7천원이다. 쌀값 하락의 주원인은 수확량은 증가하는 데 반해 소비량은 줄어드는 것이다. 재고가 쌓인 상황에서 햅쌀 생산량은 누적되고 재고 쌀이 풀리면서 쌀값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쌀 농가뿐 아니라 국가의 식량안보를 위해서 쌀값은 안정적이어야 한다. 쌀값 안정의 첫째 조건은 우선 재고미를 시장에서 완전히 격리시켜야 한다. 정부는 농협을 통해 재고 쌀 10만톤을 격리하고 농협에서 벼 매입자금을 지난해보다 1,000억원 늘렸으나 쌀값 하락을 저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기근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식량원조를 포함한 대북지원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쌀값이 목표값 이하로 크게 떨어져 막대한 예산을 변동직불금으로 지급하는 것보다 일정물량을 과감하게 격리하는 것은 예산운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일 수 있다. 둘째, 재고 쌀 소비를 통한 쌀값 안정의 가장 현실적 방안은 쌀 가공식품의 활성화이다. 쌀 막걸리, 과자나 빵, 국수 등을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만들어 밀가루가 차지하고 있는 영역의 10%만 쌀이 대체해도 연간 20만톤의 쌀 소비량이 늘어나게 된다. 셋째, 정부의 쌀 수급안정을 위한 대책이다. 국민에 대한 쌀 소비 촉진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이나 이는 현실적으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휴경 보상제를 통한 생산량 조정, 농지용도 전환의 유연성 강화, 친환경 쌀 생산유도를 통한 평균 생산단수 감축 등 총체적인 대책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넷째, 논에서의 소득을 다변화시켜야 한다. 우리 농업인들도 논의 이용가치를 쌀에만 의존하지 말고 찰옥수수ㆍ논콩 등 대체작목이나 청보리ㆍ호밀 등 논 이모작 작목을 개발해 논으로부터의 소득을 다변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경제적 효율성의 잣대만으로 '쌀'을 평가하고 비교 우위론을 내세워 '쌀'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쌀은 4,900만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생명산업이다. 우리 쌀을 지키지 못하면 우리의 생명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소수의 외국 농산물 취급 기업에 위탁하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식량인 쌀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식량안보이고 생명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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