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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 칼럼] 여유부릴 시간이 없다


전세계가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년의 불황에 늘어난 것은 국가 부채와 실업자이다. 각국 새 지도자의 새해 일성은 불황의 탈출이다.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신 경제 애국 정책'의 핵심은 경제부흥이 목적이다. 부자 증세와 친서민 정책으로 경기활성화와 무관한 듯하나 법인세를 낮추고 제조업체에 대한 지원강화, 중소기업 고용지원 등을 통해 강한 미국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한발 더 나아간다. 통화를 찍어서라도 엔화가치를 떨어뜨리고 국가재정을 풀어서라도 적극적으로 전자ㆍ기계 등 제조업체를 돕겠다고 한다. 제조업 부활을 통해 잃어버린 20년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의 시진핑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지속되는 수출시장의 침체에 내수경기의 활성화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소비활성화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를 통해 적어도 8%대의 성장은 지키겠다는 각오다.

이런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의 대응은 사뭇 여유 있어 보인다. 정치권은 경제에 별로 관심이 없다. 경제는 3년 연속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데도 복지예산 늘리기에 바쁘다. 남들은 투자기업 유치하느라 눈에 불을 켜는 데 국내에서는 대기업을 마치 서자(庶子)취급 하듯 한다. 사실 우리에게 이렇게 여유부릴 시간이 별로 없다. 대한민국을 한 단계 더 올려놓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고도성장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앞으로 5년 정도가 마지막 기회이다. 첫째 이유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출생률은 이미 1.2로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오는 2017년 정도면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찍고 하락한다. 뿐만 아니라 이 추세라면 2018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4%를 넘어서 경제는 활력을 상실하고 저성장구조로 진입하게 된다. 우리는 일본을 우리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1994년에 이미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이 성장 동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둘째는 후발개도국과 기술 격차의 우위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시장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뛰어난 기초과학 능력, 수많은 과학기술 인력으로 무장한 중국과의 경쟁이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우리 국민의 부지런함이나 지치지 않을 것 같던 기업가정신도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문턱에 들면서 투자기회가 줄어들기도 하지만 창업도 줄어들고 신규투자도 늘어나지 않는 점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일본은 성장을 멈춘 1995년에 이미 인당 국민소득은 4만달러에 달했고 국내총생산(GDP)규모로는 세계 2위의 국가였다. 일본은 그때 축적된 막대한 자산 덕분에 아직 버티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지금 이대로 저성장구조에 고착되면 우리는 불어나는 복지비용으로 쪽박 차기 십상이다. 이렇게 보면 신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될 일은 명확해 보인다. 당선인 말대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하락하는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 동시에 인구구조의 악화와 노령화를 지연시키고 개선하는 노력을 당장 시행해야 한다. 또한 경제의 효율성을 잠식하는 기업 생태계를 경쟁력 있게 바꾸는 일에 함께 동참해야 한다. 경직적인 노사관계, 원ㆍ하청기업 간 상생관계, 대ㆍ중소기업 간 협력 등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마지막으로 물질적 성장에 걸맞은 사회적 자본의 축적이 함께 이뤄져야 제2의 기적이 가능하다. 분배에는 내일이 있을 수 있으나 성장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앞으로 5년이 대한민국의 미래, 우리 자녀들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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