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각] 대일외교의 애매모호함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까지도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를 깨끗이 정리하지 못했다. 일본군 위안부나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등은 여전히 양국 관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발표할 종전 70년 담화(아베 담화)는 과거 잘못을 사죄하고 이웃 국가들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 때문에 아베 담화에 어떤 내용이 들어갈 것인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관건은 무라야마 담화(전후 50년 담화)의 4대 키워드(식민지 지배·침략·반성·사죄)가 포함될지 여부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의 일본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살펴보면 네 가지 키워드가 모두 들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침략'과 '반성'은 담화에 포함시키되 '식민지 지배'와 '사죄'는 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반성'만 들어가는 것이 유력했는데 중국의 끈질긴 설득과 요구로 '침략'을 넣기로 했다고 한다. 중국은 지난 2월 아베 총리가 담화와 관련한 전문가 자문기구를 설치한 직후부터 일본을 설득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전해진다. 공식·비공식 접촉을 통해 중국이 원하는 내용이 아베 담화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얘기다.

중국은 오는 9월 시진핑 국가주석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도 △야스쿠니신사 참배 중단 △중일공동성명(1972년), 중일평화우호조약(1978년) 등 4대 정치문서 준수 △무라야마 담화 정신 계승 등 3대 조건을 내거는 등 일본을 상대로 원하는 것을 확실히 밝히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일본을 향해 우리가 원하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아베 담화 내용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노력을 하는지 의문이다. 외교부는 아베 담화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그간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 계승을 공언해온 만큼 그러한 입장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천명할 수 있는 호기를 놓치지 않기를 기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이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은 아니다"라면서도 "양국 정상이 만났는데 아무런 성과가 없으면 안 만난 것만 못하다"라고 애매모호한 말만 던진다.



일본에 있어 한국과 중국이 똑같은 무게감을 갖는 상대국일 수 없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견제해야 하는 동시에 협력해야 하는 대국이다. 일본이 우리보다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더 목을 매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실리 외교'를 앞세운 중국이 일본을 향해 할 말을 하고 요구할 건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을 두고 우리는 왜 저렇게 하지 못하느냐고 나무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소위 말하는 '국익'을 위해 우리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킬 '전략'이 부재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어떤 관계에서건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소통을 잘하려면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애매모호하게 에둘러서 말하면 상대방은 알아듣지 못한다. 설령 알아들었다 해도 자신에게 불리한 것이라면 못 들은 척하기 마련이다. 협상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가진 패를 다 보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원칙은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nevermind@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