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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리알 지갑 털고선 '증세 없는 복지'인가

박근혜 정부 첫 세법개정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소득세와 소비세는 늘리고 법인세는 부담을 줄이는 게 골격이다. 정기국회의 관문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개정안대로라면 전체 세수는 내년부터 5년간 2조4,900억원 더 걷힌다는 게 정부의 추산이다.

증세의 핵심 수단은 익히 예고한 대로 비과세ㆍ감면제도 정비다.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44개 제도 가운데 38개가 폐지 또는 축소된다. 그동안 논란거리였던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소득세를 부과하기로 용단을 내린 것은 박수 받을 만하다. 과세 사각지대 해소와 조세형평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결정이다.

그럼에도 이번 세법 개정안은 곁가지만 건드렸다는 느낌을 준다.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이나 법인세 과표 단순화 같은 세제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미뤄둔 채 미세조정에 그쳤다. 과세기반 확충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과세가 손쉬운 샐러리맨부터 세 부담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 것이다. 개정안대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 근로소득자 4명 중 1명은 세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중산층의 세부담을 늘리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정부는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통해 20.2%인 조세부담률을 오는 2017년까지 21% 내외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5년 만에 증세기조로 회귀한 것은 획기적인 변화다. 정부는 "국정과제 수행에 필요한 재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면 세입확충의 폭과 방법을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직접증세 가능성도 열어둔 셈이다.

급속한 고령화 추세에 대비하려면 증세는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비단 복지공약 이행 차원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재정지출 수요는 늘어날 게 분명하다. 비과세 감면 축소라는 변죽만 울려서는 재정지출 수요를 충당할 수 없음을 우리는 누차 지적해왔다. 세율과 세목을 조정하는 정공법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더 이상 '증세 없는 복지'라는 말로 국민을 현혹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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