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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쇠고기와 자동차 개방 문제로 평행선을 달리자 그해 3월26일 열린 한국 협상에서는 장관급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시간이 별로 없었다. 대외무역협상의 전권을 의회가 쥐고 있는 미국은 당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무역촉진권한(TPA)을 부여해 한미 FTA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시한 만료가 다가와 3월 말까지 협상을 끝내지 못하면 사실상 한미FTA는 물 건너간다는 두려움이 컸다. 결국 양국은 '협상의 전권'을 쥔 장관들을 내보냈다. 여덟 차례의 공식협상과 고위급 협상을 통해 10여 가지 쟁점에 대해 주고받기 목록 작성을 마친 뒤 장관들은 마주 앉았었다. 그래도 타결을 쉽지 않았다. 협상 시간을 연장에 연장을 거듭한 끝에 우리 시간으로 4월1일 자정을 넘어선 뒤에야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그동안 실무협상만 벌여왔던 한중 FTA 협상장에도 두 나라의 장관들이 선수로 등장한다. 크게 두 가지 이유다. 실무협상에서 더 이상 진척을 이루기 힘든 만큼 장관급 협상으로 제2의 한미 FTA를 재연하자는 것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라는 이벤트를 활용하자는 취지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양국 모두 13차례의 협상을 끝내자는 의지가 강하다. 협상의 타결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얘기다. 우태희 통상교섭실장은 3일 브리핑에서 "그동안 한중 FTA의 결과만을 얘기했지 협상 추이를 브리핑하는 것은 처음"이라면서 그간의 과정, 그리고 앞으로의 쟁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장관은 귀국 일자도 정하지 않고 6일부터 협상에 들어간다"면서 "협상 시한이 주말을 넘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APEC 정상회담이 10일부터 열리는 데 한중 정상회담 이전에 사실상 협상을 끝내겠다는 계획을 갖고 간다는 것이다.
우 실장은 "그동안 실무적으로 쟁점을 많이 줄여왔지만 남아 있는 쟁점은 양보할 수 없고 정무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에 양측이 모두 합의했다"며 "장관급 회담에서는 상품 분야 대신 비상품 분야를 양보하는 방식의 '크로스 섹션 딜'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은 총 22개의 장 중 16개 장에서 타결 또는 타결임박에 해당하는 성과를 거뒀다. 남아 있는 쟁점은 가장 민감한 △상품(공산품·농산물) 분야 △서비스시장 개방 △원산지 기준 △비관세장벽 해소 등이다. 상품 분야에서 우리는 주력 수출품목이 포함된 공산품 시장의 조기 개방을 요구하고 있고 중국은 농수산물 시장 개방 카드로 맞선 형국이다. 서비스 분야는 우리는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원하지만 중국은 이에 대해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 양국 대표단은 상품 분야의 일괄 타결을 시도할 계획이다. 서비스 시장 개방 등 잔여 쟁점에 대해서도 집중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우 실장 역시 "한중 FTA 협상의 진행 사항을 확답하기 어렵지만 5부능선은 분명히 넘었다"며 "(연내 타결을 위해) 중국의 양보를 얻기 전에 타결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협상에서 타결을 이루지 못하면 한중 FTA가 표류할 가능성도 높다. APEC을 놓치면 양측이 실리적으로 돌아서 더 보수적으로 협상에 임해 속도감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양국이 APEC의 이벤트를 한중 FTA의 타결로 이용하려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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