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한나라당 곳곳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물론 전면적인 혼란양상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강재섭 원내대표가 자중을 당부할 정도로 악재가 잇따라 터지고 있는 것. 전여옥 대변인의 ‘대졸 대통령’발언이나 곽성문 의원의 ‘골프장 추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또 과거 지구당 제도의 복사판으로 보이는 당원협의회를 구성한 것이나, 소속 의원들을 징계한 윤리특위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한나라당이 구태정치를 반복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지구당제 부활?=한나라당은 이달 말 시ㆍ도당 대회를 앞두고 시ㆍ군ㆍ구별로 당원협의회 구성을 모두 마쳤으나 과거 지구당제의 복사판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협의회 구성을 보면 당원협의회 운영의 최고책임자인 운영위원장을 지역구 현역 의원 또는 옛 지구당위원장인 17대 총선 출마자가 그대로 맡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현역 의원이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맡을 경우 민주적인 운영원칙을 지키기 어려우며 지역구 의원의 사조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과거 ‘돈 먹는 하마’로 불리며 고비용 정치구조의 소핵이었던 지구당제가 ‘당원협의회’로 명칭만 바꿔 부활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윤리특위 결정 ‘버티기’=한나라당은 13일 국회 윤리특위의 김문수ㆍ주성영 의원 징계논란과 관련, 열린우리당이 중징계 방침을 고수할 경우 한나라당 윤리특위 위원들의 사퇴를 검토하기로 하는 등 강경 대응하기로 했다. 나경원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이번 징계에서 나타난 당리당략과 과잉징계를 문제 삼는 것”이라며 “여당의원의 비슷한 사안과 비교할 때 징계 강도가 적절하지 않았던 만큼 이 문제가 제대로 수습되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 윤리위원들의 사퇴도 불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퇴 운운하며 윤리특위를 흔드는 것은 제1야당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태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징계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특위 안에서 논의하면 되는데 특위의 활동 자체를 무력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도가 지나친 대응이라는 것이다. ◇골프장 추태=한나라당 곽성문 의원이 대구지역 상공인들과 골프를 친 후 가진 술자리에서 맥주병을 던지는 등 추태를 보인 사실이 뒤늦게 확산되며 비난을 사고 있다. 골프모임과 술자리는 대구상공회의소가 전날 한나라당이 ‘대구지역 경제 살리기 대토론회’를 개최한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지난 4일 마련했다. 이날 곽 의원은 “대구 상공인들이 열린우리당에만 매달린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곽 의원은 이어 맥주병 2개를 벽에 던진 뒤 자리를 박차고 식당을 뛰쳐나가 술자리가 ‘공포분위기’로 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자 강재섭 원내대표는 13일 ‘나비이론’을 거론하며 소속 의원들에게 언행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강 원내대표는 “브라질에서 나비의 날개 짓으로 생긴 바람이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이상한 날개 짓의 바람이 일어나지 않도록, 엉뚱한 토네이도가 일어나지 않도록 자중자애 해달라”고 당부했다. 일부 의원들의 일탈행위가 당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경고한 셈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