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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이 상책인가(사설)

한국은행이 내년의 경제운영목표를 5%대의 저성장으로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을 해 새삼 관심을 끌었다. 성장보다 안정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미 경제가 불황국면인데 재삼 안정을 강조할 이유는 없으며 더구나 지금보다 더 긴축정책을 실시하여 경제를 가일층 어렵게 할 이유도 없다고 본다. 계속된 요금인상,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두달 동안이나 안정된 것은 그동안 경기가 얼마나 어려웠는가를 말해준다. 내년에도 경제성장이 둔화될 전망이어서 지금은 저성장정책에 대해 얘기할 때가 아니다.정부와 민간연구소들은 내년에 6.2∼6.5%의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이보다 낮은 5%대의 저성장을 목표로 하면 물가가 4.7%에서 4.2%로 더 안정되고 경상수지적자를 1백80억달러에서 1백30억달러로 축소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상수지의 개선은 최대과제이므로 많은 희생이 있더라도 이를 개선한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저성장이 경상수지 적자를 축소시킬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하다. ○경제난국 호도 의혹살만 고성장이 적자를 확대시킬 수는 있으나 이미 불황국면인데 긴축을 더 한다 해서 경상수지가 개선된다는 것은 수입구조의 경직성을 감안할 때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무역적자는 설비투자를 위한 기계류와 유류 식량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기계류는 설비투자 위축으로 저절로 감소될 것이며 유류와 식량은 경직적이므로 저성장과 상관이 없다. 최근 일부 사치 내구소비재의 수입이 늘고 있으나 이를 향유하는 고소득층은 이미 거시적인 긴축정책의 영향을 받을 대상이 아니다. ○경쟁력·적자개선 시급 따라서 5%대의 저성장과 4.2%의 물가, 1백30억달러의 경상적자라는 숫자는 그럴 듯하다. 정책방향을 선택할 구조적인 의미를 설명하지 않고 거시지표만 내세운 것은 현실성이 없다. 국책연구소들은 올해 무역적자를 29억달러로 예측했으나 연말에 2백20억달러의 경상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그들의 전망이 허상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또한 한은은 스스로 95년초 별안간 금융긴축을 펴서 하향안정이 유지되던 금리를 다시 상승시켜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핫머니 유입으로 원화가 고평가되어 경상적자 개선에 저해요인이 됐던 전례가 있다. 지금 거시지표를 놓고 도토리 키재기와 같은 성장목표를 논할 때가 아니다. 우리는 고비용과 저생산성을 극복하여 경쟁력을 회복하고 경상적자를 줄이면서 적절한 성장잠재력을 추구해햐 한다. 모든 부문에서의 질적인 구조개선이 중요하며 이를 가로막는 요인을 제거하는 구조정책이 필요한 때다. 우리에게 필요한 구조정책은 한마디로 기업의 경영환경을 개선하고 창의력이 있는 기업인의 사업을 가로막는 경영외적 요인을 제거하는 일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중소기업의 업종전환을 도와서 모두가 형편에 따라 사업을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창의력이 있는 기업인이 새로 사업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것이 경상수지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구조정책일 것이다. ○금리만이라도 확실하게 또한 기업간거래가 불합리하고 금융신용이 부족해 기업의 부도가 늘고 있는데 이러한 금융구조를 개선하는 일이 불확실한 거시적 정책보다 중요하다. 금융비용이 높아지는 것을 개선해야 경쟁력을 높여 경상수지를 개선할 수 있다. 신용만 있으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 대등한 거래를 하도록 기업간거래관행을 개선하며, 특히 금융기관이 당좌거래와 상업어음할인을 원활하게 하여 기업간 신용을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통화와 금융신용이 경직적이어서 전체적으로 기업간 거래를 금융신용과 연결시키지 못하여 부도가 해마다 늘고 거래가 원활하지 못하다. 어음교환에 있어 약속어음이 대종을 이루고 있으며 그 비중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데 금융기관이 어음할인을 잘 해주지 않아 부도가 급증하고 있다. 경직적인 수입구조를 외면하고 경상적자를 핑계로 저성장을 내세우는 것은 삶의 질 저하와 실업증가 같은 새로운 문제를 낳게 된다.더욱이 경제가 어렵게 되자 저성장정책의 필요성을 내세우는 것은 그동안의 성장정책의 실패를 호도하기 위한 의도로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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