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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이마트된 은행, 2금융권과 공생의 길 찾아야

[저금리보다 무서운 금융규제] <5·끝> 규제보다 금융생태계 복원<br>시중은행 개인신용대출 등 영역 무분별 확장<br>당국, 2금융권 업종 보호방향으로 유도 필요


우량 저축은행인 A사는 최근에도 수십억원 규모의 기업여신을 시중은행에 뺏겼다. A사는 저축은행에서 10%대 초반의 이자를 물고 있었는데 시중은행에서 한 자릿수 금리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A저축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조금 괜찮다 싶은 거래처는 시중은행에서 모두 가져간다"며 "가뜩이나 영업하기가 어려운데 우량 업체를 뺏기게 돼 걱정"이라고 했다.

A저축은행의 사례는 일회적인 사안이 아니다. 저축은행뿐만이 아니다. 캐피탈사나 상호금융 같은 2금융권 회사들이라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이다. 2금융권은 은행에 비해 신용도가 낮거나 추가로 돈이 더 필요한 사람이 찾아온다. 그렇더라도 2금융권 수준에서 괜찮은 거래처를 시중은행에서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타격이 크다. 업계 관계자들은 "요즘처럼 부실이 커지고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상태에서 시중은행의 저인망식 영업은 우리에게 치명타"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금융감독 당국이 개별 업권을 일일이 옥죄기보다는 공생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의 은행 영업방식은 2금융권에 있어 '우량 고객 감소→저신용 고객 증가 및 우량 업체 유치를 위한 출혈경쟁→금융사 부실'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이마트된 은행=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시중은행이 금융권의 이마트가 됐다"며 "금융권에서도 흔히 말하는 대기업(은행)과 중소기업(2금융권) 간의 상생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했다.

금융권에 상생이 필요한 것은 단순히 나눠먹고 살자는 차원이 아니다. 은행이 너무 몸집을 불리고 2금융권의 대출처를 빼앗아 가면서 2금융권이 부실해지거나 영업에서 무리를 하게 되고 이 때문에 당국이 계속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겉으로 보면 가계부채 확대와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2금융권의 부실 문제가 금융감독 당국의 규제 강화를 불러오는 것 같지만 2금융권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데는 궁극적인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여신금지업종이 있어 시중은행이 사행성 업종에는 대출을 하지 않아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도 먹고살 게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은행이 사실상 모든 대출을 다 하고 있는데다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개인신용대출도 늘리고 있어 2금융권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시중은행들은 과거 캐피털사가 하던 자동차 할부시장에까지 진출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10년 말 기준으로 은행들은 부동산이나 주점 등 과거에는 여신금지업종으로 여겨지던 곳의 대출이 무려 82조원에 달한다.



◇금융 생태계 살리는 방향으로 규제해야=전문가들은 당국이 개별 업권을 일일이 규제하기보다는 금융 생태계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를 하거나 업체들을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금융권은 시중은행은 거래고객이 가장 많지만 신용도가 높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그 위에는 저신용 계층이 이용하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대부업체가 층층이 쌓여있는 피라미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은행이 너무 비대해지다 보니 2금융권이 몰락하면서 피라미드가 무너지고 있는 상태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보면 주택담보대출 같은 부분은 2금융권 회사들이 주로 하고 시중은행은 주로 기업금융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같은 플랜트 금융으로 돈을 벌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은행들이 소매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다 보니 2금융권이 부실해지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와서 여신금지업종 규제를 다시 부활할 수는 없겠지만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이런 부분의 대출을 줄이고 2금융권의 업권에는 무차별 진출하지 않도록 당국이 지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건전성 규제에만 몰두하기보다는 건전한 금융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당국의 역할이라는 얘기다. 당국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고민 중이다.

금융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의 상황을 보면 되레 은행이 2금융이나 서민금융사들이 해야 할 것까지 모두 가져가고 있다"며 "금융 소비자들의 이익만 생각하면 금리가 최소 10~20%대인 2금융권은 없애고 은행만 남기면 좋겠지만 이 경우 은행이 부실해질 수 있고 최종적으로 국가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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