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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5월 20일] 리우의 빈민가 투어

이번 투어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두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아무데서나 사진을 찍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괜찮다고 하는 곳에서만 촬영이 가능합니다. 두 번째는 절대로 그곳 주민들과 대화하면서 마약 얘기를 하면 안됩니다.” 세계 3대 미항으로 불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투어를 앞두고 가이드는 참가자들에게 신신당부했다. 빈민가 밀집지역인 호시냐투어는 요즘 리우에서 새롭게 뜨고 있는 여행 아이템이다. 리우데자네이루 하면 많은 사람들이 비키니 차림의 아름다운 젊은 여인들이 활보하는 코파카바나 해변, 산꼭대기에 있는 예수 동상 등을 떠올리지만 막상 그곳을 가려는 사람들은 ‘안전문제’ 때문에 머뭇거린다. 관광지인 코파카바나 해변 주변은 물론 도심 일대의 치안이 매우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치안부재의 근본적 원인은 리우의 극심한 빈부격차 때문이고 도시 일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빈민가 밀집지역은 그 상징이다. 호시냐는 가장 큰 빈민가 밀집지역이다. 과거 우리의 대표적인 산동네였던 난곡을 연상시킨다. 이곳은 치외법권 지역이다. 극소수의 파출소가 있기는 하지만 경찰이 하는 일은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라고 가이드는 말한다. 대신 이 지역은 마약조직이 다스린다. 그래서 평화가 온다. 마약장사를 원활히(?) 하는 데도 정부와 부딪쳐 골치가 아픈데 매춘이나 납치, 강도가 발생하면 ‘조직 본연의 사업’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조직에서 철저히 다스린단다. 브라질 정부와 마약조직 사이에는 ‘암묵적인 신사협정’이 맺어져 있다는 설명이다. 마약조직이 빈민가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것을 정부가 암묵적으로 묵인하는 대신 이들은 코바카바니 해변이나 도심 지역으로 진출하는 것을 자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투어가 인기를 끈다. 브라질 사람들도 감히 들어가기 무서워하는 지역인 빈민촌 지역을 관광객들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3시간 정도의 투어 코스는 빈민촌 입구의 기념품 가게를 시작으로 시장 둘러보기, 한두 사람이나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로 연결된 미로와도 같은 빈민가 밀접지역 골목길 지나가기, 이곳 아이들의 방과후 학교 방문 등이다. 이 투어를 개발해 ‘히트’를 치고 있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관광객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면 서로 나서려고 얼굴을 들이대는 그곳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지고 기분이 씁쓸해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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