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열풍이 몰아치던 참여정부 시절 집값을 잡기 위해 도입됐지만 집값 상승세가 꺾인 후에 거래시장을 이끌어가는 젊은 세대의 내 집 마련 수요를 억누르면서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수도권의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연령대별 잔액을 비교해보면 DTI가 젊은 세대의 주택구매 수요를 억제하고 되레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금융연구원과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이 개인 신용평가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전세자금 대출의 현황과 부실 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30대의 주택담보대출 비율은 전체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전세자금대출 비율은 전체의 40%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향후 소득까지 감안하면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한 30대 가구들이 DTI 규제로 내 집 마련에 필요한 초기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전세로만 몰리고 있는 셈이다.
DTI 규제가 은퇴한 노년층의 돈줄을 가로막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월소득이 없이 자기 명의 주택만 가진 노년층 가구가 갑작스레 필요한 목돈을 마련하려고 해도 DTI 때문에 대출 받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DTI뿐만 아니라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완화해야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주택시장의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LTV는 서구 선진국에 비해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프라임모기지론이 80%,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90%까지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캐나다도 LTV를 85%까지 인정하고 있다. 북구유럽인 스웨덴은 85%, 노르웨이와 핀란드는 90%에 달한다. 이웃나라인 일본과 중국은 각각 80%, 70%다.
정책당국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에는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다"며 "엄격한 LTV 규제가 되레 가계가 고금리의 대출을 받도록 하면서 가계대출의 부실화를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 빚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체 가계부채는 1,000조7,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아직 집계되지 않은 보험·캐피털, 카드사 가계대출 증가분까지 합하면 가계 빚은 더욱 늘어난다. 2004년 말 500조원에 불과했던 가계부채 규모가 9년 만에 두 배 넘게 늘어난 것. 이렇다 보니 정부도 DTI와 LTV 규제는 건드릴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금융규제를 완화하게 되면 가계부채 규모가 더욱 늘어나면서 이제 막 살아나는 소비심리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욱이 가계부채 부실화로 경제의 기본단위인 가계가 쓰러질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계부채의 양적증가가 반드시 질적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금융규제 완화로 주택 거래시장을 살리면서 고정금리 장기 모기지론과 같은 가계의 부채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금융상품 다양화를 통해 가계부채의 질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금융 안정성에만 주목을 하다 보니 주택 관련 보증이나 보험 등의 금융상품이 발달하지 않았다"며 "DTI·LTV 완화로 거래시장을 살리는 것과 동시에 단순 소득만을 고려한 대출이 아닌 생애주기별 소득을 고려하는 등 소비자별 재무적 상황을 은행이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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