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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

버스타는CEO… "몸에밴낮은자세, 큰울림으로다가오죠"



말단서 한 계단 한 계단… CEO 자리 올라 "맡은 바 최선 다하면 출세는 따라오는 것"
'못말리는 야구사랑' 회사 경영으로 이어져 카드 후발주자로서 인지도 높이는 데 한몫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출퇴근을 버스로 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혹자는 말한다. 지위가 있으면 그에 걸맞게 행동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맞다. 높은 지위에 오른 자의 지나친 엎드림은 그 자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도리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혼자 똑똑한 척한다"는 비아냥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보여주기 식이 아닌 삶의 궤적에서 체득한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낮은 자세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박상훈(57ㆍ사진) 롯데카드 사장 얘기다. 박 사장은 사실 잘 알려진 CEO는 아니다. 동종 업계만 해도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은 취업 준비생이 꼽는 '닮고 싶은 스타 CEO'고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은 업계 1~2위 카드사를 이끄는 수장이다. 3.7㎞. 박 사장의 무악재 집에서 북창동 회사까지의 거리다. 격식을 챙겨야 하는 자리가 아닌 이상 박 사장은 출퇴근을 하면서 회사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다. 버스를 타거나 걸어 다닌다. 물론 수행기사는 있다. "롯데카드 임원 중 수행기사가 배정된 사람은 저 혼자에요. 저 말고도 회사에 차량을 이용해야 하는 수요가 많잖습니까. 그 수요를 챙기려면 저 혼자 차량을 이용할 수 없어요. 수행기사가 회사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입니다."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박 사장의 대기업 CEO답지 않은 행보에 조금이나마 고개가 끄덕여진다. 박 사장은 롯데그룹 공채 2기 출신으로 말단에서 시작해 CEO 자리까지 올랐다. 초고속 승진은 없었다. 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듯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그러다 보니 낮은 자세가 절로 몸에 배었다. "제 직장생활은 무척이나 단조로웠습니다. 지난 1979년 입사했고 1981년부터 2003년까지 22년 동안 그룹의 정책본부에서 일했습니다. 항상 긴장 속에서 시간을 보냈죠. 틈만 나면 야근이었고 주말근무도 피할 수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그룹이 커가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할 정도예요." 물론 일탈의 시기도 있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며칠 동안 무단결근을 했다. 회사를 관두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때 제 직속상사께서 찾아오셨어요. 몇 번에 걸쳐 설득을 하시더군요. 그 정성을 어떻게 모른 척할 수 있습니까. 회사에 복귀하고 나서 업무에 더 매진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지금의 저를 만든 분은 그 선배입니다. 제게는 은인이죠." 박 사장은 이후 단 한번도 회사를 나가겠다는 말을 입에 올려본 적이 없다. 그래서일까. 박 사장은 유난히 직원들에게 로열티를 강조한다. 그리고 '출세'가 아닌 자신이 맡은 일 자체를 목표로 삼으라고 한다. 하나 더. 자만하지 말고 업무를 수행하면서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말한다. "신입직원들에게 말합니다. 일을 무식하게 한다는 얘기를 들을지언정 요령으로 임하지 말라고. 속칭 말하는 출세는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입니다. 제가 경험적으로 배웠어요.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입사하는 순간부터 새로운 경쟁의 시작이라고. 자기 실력을 키우지 못하면 큰 일을 줬을 때 해내지 못하니까요." 박 사장은 스스로 승부욕이 강하다고 말한다. 내기를 좋아하는 것도, 또 어떤 내기라도 이기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야구다. 야구로 어떻게 내기를 할까 싶었는데 경기 결과를 놓고 내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놀랍게도 실제 야구를 한단다. "대학 때부터 야구를 했는데 그때는 학과별 대항전을 많이 했어요. 총 5개 팀인가 모아놓고 작은 리그를 진행했는데 제가 늘 투수를 했고 20전 19승1패의 기록을 남겼습니다. 1패를 하는 날 울었습니다. 그만큼 제가 승부욕이 강해요. 후배들에게도 말해주고 싶습니다. 강한 승부욕을 가져라. 어렵더라도 부딪히면서 시도해봐라. 그러면 결국에는 일을 해결할 수 있다. 그것이 다 개인역량으로 이어진다고요." 박 사장의 야구 사랑은 회사 경영에서도 이어졌다. 롯데카드는 올해 한국 프로야구의 공식 후원사로 활동했다. 카드사로서는 처음이었다. 후발주자로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자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스포츠 마케팅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자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이를 위해 롯데카드가 기획한 것이 '사랑의 10번 타자' 캠페인이었다. 입장 관중 1만 명 당 10만원씩을 기금에 적립해 유소년 야구선수를 후원하는 프로그램이다. 7월에는 창단 초기라 운동 환경이 열악한 경남 원동중학교와 전북 이평중학교 야구부에 후원금 2,000만원을 전달했고 부산지역 유소년에 야구 장학금 1,000만원도 내놓았다. 화제를 카드 업계로 돌려봤다. 현재 카드 업계는 금융 당국의 계속되는 규제와 가맹점 단체의 잇따른 수수료율 인하 요구로 시련의 시기를 겪고 있다. 박 사장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답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시장경제의 눈으로 봐야 한다는 것. "대형 가맹점은 매출액이 큽니다. 또 대손부담은 적죠. 그만큼 카드사에 기여하는 바가 중소 가맹점보다 큽니다. 때문에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추는 것이 시장원리에 맞는 것입니다. 만약 수수료 체계가 획일적으로 간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가맹점 간 공정 경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협상력이 약한 중소 가맹점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는 마련해야겠지요." 카드사 간 신제품 경쟁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최근 카드 업계에는 현대의 제로카드, 삼성의 숫자카드 등 신제품 경쟁이 한창이다. "최근 신용카드 시장의 상품 트렌드는 '단순함'입니다. 혜택에 각종 조건과 한도가 복잡하게 적용되다 보니 일종의 '혜택 피로'에 지친 고객들이 갈수록 단순한 상품을 원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롯데카드가 새로 출시한 '벡스플래티넘카드'에 주목해주세요. 사실은 저희가 먼저 시작한 것인데요(웃음). 전월 실적이 30만원을 넘으면 모든 가맹점에서 동일하게 1%를 포인트로 적립해줍니다. 아주 간단하죠?" 당초 예정된 박 사장과의 인터뷰 시간은 30분 남짓. 하지만 입담이 입담을 낳으면서 인터뷰는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오후5시30분에 시작된 인터뷰는 7시30분이 넘어서 끝났다. 박 사장은 대뜸 약속이 없으면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권했다. 그래서 향한 곳이 남대문 시장 인근 삼겹살집. 박 사장다운 장소 섭외였다. 어느 사이 넥타이도 벗어 던졌다. 식당 여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이번 주에만 벌써 두 번째 방문이란다. 삼겹살이 불판 위에서 자글자글 익어가고 '소맥' 폭탄주가 두어 잔 돌았다. 미처 묻지 못한 질문을 던져봤다. 야구광인 박 사장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누구일까. 그는 곧바로 전준우 선수를 꼽았다. "롯데 자이언츠하면 떠오르는 선수는 이대호죠. 이대호 선수는 강타자고 팀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남다릅니다. 그런데 전 전준우 선수가 더 좋아요. 전준우 선수는 팀플레이에 능합니다. 성적은 이대호 선수보다 분명히 떨어지지만 팀 기여도만 놓고 보면 이대호 선수 못지않아요. 더욱이 전준우 선수는 어리죠. 롯데 자이언츠의 미래입니다. 롯데카드 역시 전준우 선수 같은 유망주가 많아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우리 직원들이 팀플레이어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박 사장은 슬하에 2녀를 두고 있다. 그 중 장녀는 문화방송(MBC) PD로 활동하고 있다. 탁구ㆍ골프ㆍ당구ㆍ야구 등 공으로 하는 운동은 모두 좋아하지만 스스로 '무적의 투수였다'고 자랑할 정도로 야구를 특히 좋아한다. 지갑에는 일반 범용카드인 롯데벡스카드를 넣고 다닌다.
● 박상훈 사장은
▦1954년 충북 옥천 ▦1972년 중동고 ▦1979년 호텔롯데 입사 ▦1980년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1981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재무관리부 ▦1999년 롯데그룹 경영관리본부 경영관리2실 이사대우부장 ▦2001년 롯데그룹 경영관리본부 경영관리2실 이사 ▦2003년 롯데카드 경영지원본부장 이사 ▦2006년 롯데카드 경영지원본부장 전무 ▦2009년 롯데카드 대표이사
프로야구 후원 효과도 '打打打'
■ 롯데카드의 스포츠 마케팅
단순한 상품 출시 벗어나 年 50억 규모 후원 성장… 덩달아 매출액도 '쑥쑥'
최대 흥행기록을 갈아치운 프로야구로 롯데카드가 활짝 웃었다. 롯데카드와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는 지난 3월 2011년 프로야구 타이틀 후원 공식 계약을 체결하며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해나가기로 했다. 이는 프로야구 역사상 금융권이 공식 후원을 맡은 첫 사례로 금융권의 스폰서십이 스포츠 관련 단순 상품 출시에서 벗어나 연간 50억원 규모의 리그 후원으로까지 발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프로야구 후원이라는 전략적 결정을 하게 된 데에는 박상훈 대표의 의지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박 사장은 대학시절 야구 동아리에서 에이스 투수를 맡을 만큼 오래 전부터 야구에 대한 관심이 컸다. 롯데 재직 중에도 야구 동호회 활동을 꾸준히 해온 것은 물론 프로야구 시즌 중에는 직원들과 직접 롯데 자이언츠 경기를 자주 찾을 정도로 야구 열성팬이다. 박 사장이 주목한 것은 스포츠 스폰서십을 통한 마케팅 강화다. 프로야구 후원을 통해 브랜드 노출을 극대화해 롯데카드의 브랜드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시행해 매출 증대 효과를 꾀한 것이다. 실제로 연간 20% 내외의 신장세를 보여온 신용판매 실적은 프로야구 개막(4월) 이후 매달 30%(전년 동월 대비)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야구장 인근 지역의 이용실적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해 프로야구 정규시즌(4~10월 초)에 야구장이 있는 동과 인접한 동을 포함한 지역에서 결제된 롯데카드 사용실적은 641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884억원을 기록해 무려 38%나 올랐다. 관련 상품 및 서비스 출시를 통한 회원 증대 효과도 나타났다. 롯데카드는 프로야구 입장권을 30% 할인된 가격에 예매할 수 있는 '롯데 야구사랑카드'를 6월 출시해 4개월 만에 3만장 이상 발급하는 등 프로스포츠 특화카드로는 이례적인 성과를 얻었다. 또한 개막 이후 매달 다양한 프로야구 관련 이벤트를 진행해 프로야구 팬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이끌어내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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