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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역시 코스닥

“설마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올 들어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우회상장의 열풍이 부는 과정에서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가 만연했다는 증권선물거래소의 조사결과가 나오자 투자자들은 매우 당황스러워 하는 표정들이었다. 그동안 우회상장의 문제점이 간간이 지적됐었지만 도덕적 해이가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올 들어 상장기업과의 합병이나 주식교환 등을 통해 우회상장했거나 진행 중인 40여사 가운데 무려 30여사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이나 시세조종 혐의가 발견됐고 대주주나 임원이 차명계좌를 통해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례도 확인됐다. ‘역시 코스닥’이라는 평가가 절로 나온다. 얼마 전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거래소가 뒤늦게 코스닥시장의 우회상장 요건 강화책을 내놓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됐다. 앞으로 금감원 조사와 검찰 수사가 이어지겠지만 과거의 경험상 또다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미 코스닥시장은 ‘신뢰의 위기’가 누적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등을 돌리고 투기적 성향을 가진 개인들만 판치는 반쪽짜리 시장이 돼가고 있다. 사실 코스닥 상장사들의 경우 지나치게 자본차익을 추구하려는 경향 때문에 불필요하게 증자나 액면분할, 사명 변경이 잦고 회계부정ㆍ횡령ㆍ주가조작 등이 끊이지 않는다. 기업들이 사업상 한계에 부딪히면 대주주가 쉽게 회사를 팔아버리기도 한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코스닥이 저평가돼 있다고 하지만 유가증권시장보다 싸지 않고 투명성 문제가 걸려 있어 선뜻 투자하기가 망설여진다”며 불신감을 드러냈다. 분명한 것은 코스닥시장이 무조건 외면해야 할 대상은 아니라는 점이다. 벤처ㆍ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로서 국가경제에 적지않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들도 쉽지는 않지만 가치투자 원칙을 지킨다면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처럼 코스닥시장이라는 저수지 속에 큰 물고기는 없고 흙탕물을 일으키는 미꾸라지만 득실대는 일이 계속되다간 저수지를 찾는 낚시꾼(우량기업과 투자자)은 점점 줄어들지 않을는지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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