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히신문은 3일 통단으로 실은 사설에서 "집단자위권에 대한 헌법해석(현행 헌법상 보유하고 있지만 행사할 수는 없다는 해석)은 국회에서 오랜 논의를 거쳐 정착한 정부와 국민 간 합의"라며 "총리의 판단 하나로 (헌법해석이) 수정된다면 민주국가의 토대인 입헌주의는 무너지고 만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또 "집단자위권을 용인하면 (일본이 주창해온) 평화주의의 근간이 바뀐다"며 "집단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려 한다면 헌법 96조에서 정한 개헌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사설은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주장하며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 아베 총리의 행보를 거론하면서 "중국은 군비를 한층 더 확장할 구실로 삼고 서방국가도 불안감을 느낄 것이 틀림없다"고 날로 수위를 높여가는 총리의 우경화 행보를 꼬집었다.
일본 헌법학자들과 변호사연합·시민단체 등도 잇달아 위기감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일본변호사연합회는 지난달 '헌법위원회'를 '헌법문제대책본부'로 격상해 정권의 해석개헌에 대한 대응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대책본부는 각지의 변호사회와 연계해 시민들에게 집단자위권 관련 헌법해석 변경의 문제점을 홍보할 방침이다. 헌법수호와 관련된 시민단체인 '9조의 모임'은 최근 아베 총리가 헌법해석의 최종 책임자가 자신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총리는 선거에서 신임을 받은 내각이 자유롭게 헌법해석을 변경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헌법은 권력행사 방식을 규제한다"면서 "이 같은 태도는 입헌주의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치대학교 헌법학 교수인 다카미 가쓰토시도 "정부의 견해로 헌법상의 기본규칙을 바꿀 수 있다면 정치가 헌법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이는 '법의 지배'가 아닌 '사람의 지배'이자 '아베의 지배'"라고 통박했다.
정치권에서도 아베 총리가 헌법해석을 변경하기에 앞서 국회에서의 논의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가이에다 반리 대표는 지난 1일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설치, 집단자위권 용인 문제에 대해 충분한 토론을 벌일 것을 촉구했다. 앞서 자민당의 연립여당 파트너인 공명당의 우루시바라 요시오 국회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메일 매거진에 올린 글에서 아베 총리의 집단자위권 추진방식과 관련해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누락돼 있어 도저히 찬성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동맹국 등이 공격을 받았을 때 자국이 공격 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반격할 수 있는 권리인 집단자위권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숙원인 '전후체제 탈피'와 '보통국가 만들기'를 위해 중대과업으로 삼는 현안이다.
일본은 그동안 헌법 9조에 담긴 '전수방위(방어를 위한 무력행사만 허용)' 원칙에 따라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헌법해석을 유지해왔지만 아베 총리는 이 해석을 변경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총리는 자신의 사적 자문기구인 안보법제간담회가 다음달 중 보고서를 발표하면 그에 따라 각의 결정으로 헌법해석을 변경한 뒤 가을 임시국회에서 자위대법 등 관련 법 정비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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