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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정도령은 조선에 반기 든 모든 세력의 상징

■정감록 미스터리(백승종 지음, 푸른역사 펴냄)<br>비운에 간 정몽주·정도전 영향<br>새나라 왕은 정씨 믿음 굳어져<br>밑바탕엔 미륵신앙 깊게 깔려

동학농민운동 때 전북 고창 선운사 절벽에 새겨진 이 미륵불의 배꼽에서 예언서가 나왔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새 세상을 상징하는 미륵불이 강림해 혼탁한 현세를 정화하고 구원한다는 미륵신앙은 정감록에 등장하는'진인(眞人)' 정도령의 원형이었다. /서울경제DB


대통령 선거를 앞둘 때면 역술인들은 앞다퉈 '정도령'을 점지하고 나선다. 세상을 구할 새로운 지도자를 의미하는 '정도령'은 조선시대 예언서인 '정감록(鄭鑑錄)'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정감록 원문에는 '정도령'이라는 단어조차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정도령은 누구이며 언제, 어떻게 나타날 인물이란 말인가?

한국의 예언문화사에 집중해 온 역사학자인 저자는 이 같은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정감록의 문구를 직접 풀어 이 책을 썼다.

정감록은 '조선왕조실록'에서 영조 15년(1739년) 8월의 기록에 처음 등장하지만 그 보다앞서 한반도에는 숱한 예언서들이 있었다. 고대의 예언서로 '고려비가''고경참'이 있었고, 중세에 '삼한회토기''삼각산 명당기', 근대에는 '도선비기' 등이 있었다고 저자는 소개했다. 그 중 대표격인 '정감록'은 정감, 이심, 이연 등 3인이 나눈 대담집 형식이며 천문학과 음양오행설을 토대로 풍수지리설, 해도진인설, 미륵신앙 등이 기저에 깔려 있다. 조선이 곧 멸망하며 계룡산 아래에 정도령이 이끄는 새 왕조가 세워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조선 정부의 금서(禁書)가 된 책이다.

정도령이라는 인물에 대해 저자는 "(정감록에서) 정도령은 정성진인(鄭姓眞人) 또는 진인(眞人)으로 언급되는데 이는 조선 왕조를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대표한다"고 밝혔다. 여기다 조선 태조에 저항하다 죽은 정몽주, 조선의 개국 공신이었으나 제거된 정도전, 영조 때 역모에 휩쓸린 정희량 등 조선왕조와 갈등을 빚었던 인물들이 정(鄭)씨였다는 점이 '새 나라의 왕은 정씨'라는 믿음으로 굳어졌다는 게 저자의 추론이다. 이는 현세를 구원할 미륵불을 기다리는 미륵신앙과도 밀접하다. 동학농민운동 때 선운사 마애 미륵불의 배꼽에서 예언서가 나왔다는 설화 등도 결국 정도령 같은 인물이 새 세상을 열어줄 것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정감록은 단순히 조선 왕조의 몰락을 예언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나아가 조선의 지배 이데올로기인 성리학의 목가적 이상세계에 대항하는 하나의 이념이 됐으며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변화를 추구하게 하는 데도 일조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빈번했던 동학과 증산교 등 신흥종교운동이 그 대표적인 사례. 또한 정감록이 일으킨 왕조교체운동은 이상향 건설을 추구하게 했으며 훗날 일제 강점기에는 조국의 광복을 예언하는 희망이 돼 독립운동으로까지 발전했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정감록 원문의 문구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해 꼭지별로 풀어 설명했다. 17세기에 일어난 진인출현설(眞人出現說)의 전말, 18세기 말부터 계룡산 인기가 급상승한 뒷얘기를 비롯해 명당과 길지라 불리는 십승지(十勝地)는 어디에 있으며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상세하게 짚었다. 또 3ㆍ1 운동으로 조성된 신도안(계룡산 남동쪽에 있는 종교취락) 열풍 등 한반도 역사 곳곳에 숨어 있는 정감록의 '존재감'을 하나하나 파헤쳤다. 더불어 정감록의 기원에 대해 선조 22년 정여립 역모 사건이 정감록의 기원이 됐다는 설, 18세기 정감록이 한글본이었다는 주장 등에 대해서도 설명을 덧붙였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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