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 초청으로 미국에 도착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친(親)이스라엘 유대계 로비단체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례총회 연설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이란과의 핵협상을 정면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연설에서 "이란의 핵무기 야심이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며 "아직 이란의 핵개발을 피할 시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3일로 예정된 미국 의회연설이 오바마 대통령을 무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며 진화를 시도하면서도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안 된다는 데 동의하지만 이란 핵무기 개발을 막는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달 31일까지가 시한인 이란과 주요6개국(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독일) 간 핵협상 타결을 앞둔 가운데 이스라엘은 이란 핵개발 프로그램에 시한을 두는 협상을 거부하고 우라늄 농축 원천봉쇄를 요구하고 있다.
같은 날 오바마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비핵화 문제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와 "상당한 의견충돌"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란이 최소한 10년 이상 핵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이란이 기꺼이 두자릿수 이상의 연도 동안 핵 프로그램을 현재 상태에서 멈추고 관련 장비를 철수해 합의에 도달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확실하게 이란 비핵화를 보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네타냐후 총리는 끔찍한 협상이 될 것이라거나 이란에 원조를 해주는 격이라는 등 이란 핵협상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지만 그 중 아무것도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냉랭해진 양국 관계를 보여주는 기류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민주당의 거듭된 연기 요청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3일 상하원 합동연설을 강행하기로 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대거 연설에 불참하기로 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존 바이든 부통령, 존 케리 국무장관이 올해 AIPAC 연례총회에 불참했다. AIPAC 연례총회에 역대 대통령과 부통령·국무장관 등 행정부 최고위 인사들과 여야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참석해온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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