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동십자각] 민노총의 재창립

#1. 지난 2005년 10월20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2가에 있는 민주노총 사무실. 전체 상근 직원이 모인 가운데 사무총국 회의가 열렸다. 강승규 전 수석 부위원장의 금품수수 등 잇따른 비리사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회의에서는 이수호 당시 위원장을 비롯해 오길성 수석 부위원장, 이석행 사무총장 등 집행부의 총사퇴를 결정했다. 이 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뒤 총사퇴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지만 집행부 지지파와 반대파 노조원들이 몸싸움을 벌인 탓에 회견마저 무산됐다. #2. 지난달 26일 오후2시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 민노총 제5기 집행부를 뽑는 대의원대회가 열렸다.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위원장 선거 결과는 다음날 오전1시를 넘겨서야 나왔다. 온건파로 알려진 이석행 후보가 결선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범좌파 후보들을 누르고 당선된 것. 이 후보는 이수호 전 위원장과 함께 비리사태에 책임을 지고 민노총 사무총장을 물러난 후 1년5개월여 만에 위원장으로 컴백했다. 이석행 신임 민노총 위원장은 이렇게 짧은 시간에 좌절과 영광을 동시에 경험했다. 흔치 않은 이력이다. 그만큼 민노총의 장단점, 즉 극복해야 할 난제와 더 발전시켜야 할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위원장 선거 과정과 당선 뒤 언론과의 접촉에서 내비친 이 위원장의 포부를 보면 이석행호(號)의 민노총이 이전과는 달리 조합원은 물론 국민과 소통하는 조직으로, 노동운동의 맏형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이 위원장은 현재의 민노총 조직을 “혁신이라는 용어 갖고는 안 되는 상황으로 재창립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새로 만든다는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민노총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동안의 장점이나 정통성은 뼈대와 가보로 남기고 계승하고, 그게 아닌 나머지 것들은 과감히 털어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 적절하고 정확한 상황 인식이다. 그의 말대로만 실행된다면 민노총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힘찬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시대의 변화, 시장의 요구를 제대로 읽지 못한 조직은 살아남기 힘들다. 기업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노동운동 조직도 예외일 수 없다. 이 위원장을 비롯한 민노총 신임 집행부는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시대는 ‘투쟁’ 만능주의에 빠진 노동운동에 설 자리를 허용치 않는다. 시장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원하고 있다. 이 위원장을 비롯한 민노총 새 집행부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재창립으로 확 바뀐 새로운 민노총이 기대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