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은 6일(현지시간) 국방부 등 연방정부기관에 대한 2013회계연도(2012년 10월~2013년 9월) 하반기 세출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67표, 반대 151표로 가결했다. 공화당이 주도한 이 법안에 민주당 의원 53명도 찬성표를 던졌다.
이 법안은 850억달러의 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을 반영해 9,820억달러 규모의 지출을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시퀘스터에 따라 예산삭감 규모가 큰 국방부에 군사ㆍ재향군인 프로그램 등에 대한 예비예산배정의 재량권을 부여해 충격을 완화하도록 했다.
미 의회는 지난해 9월 2013회계연도 예산안 협상에 실패하면서 6개월간(2012년 10월1일~2013년 3월27일)의 잠정예산안만 의결했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 폐쇄를 막기 위해서는 27일까지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상원도 하원에서 제출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원의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인프라ㆍ과학ㆍ기술 프로그램 등 국내 부문의 지출에도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하원이 마련한 법안을 수정,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하원이 다시 한번 표결을 해야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2주간의 의회 휴회가 시작되는 23일 이전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연방정부 폐쇄 가능성이 현저히 줄고 있는 가운데 시퀘스터를 놓고 장외에서 공화당을 압박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장내로 복귀해 공화당 의원들과 대면접촉을 늘리고 있어 미 정국 변화가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존 매케인, 린지 그레이엄, 로이 블런트, 켈리 아요트, 밥 코커, 론 존슨, 대니얼 코트 등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만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는 재정 문제와 더불어 이민개혁ㆍ총기규제 등의 이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측은 오바마 대통령이 상원의 공화당 의원들과 식사를 함께 한 것은 2010년 5월25일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주에는 의회를 방문해 민주ㆍ공화 상하원 의원들을 다시 만날 예정이다.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잇단 의회접촉과 관련, 재정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진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기존의 강경 일변도 전략에 수정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8월 한도에 다다를 연방정부 채무한도 증액 문제와 2014년 회계연도 예산처리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시퀘스터를 대체할 수 있도록 세수증대와 메디케어(노년층 의료보험), 사회보장연금 삭감 등과 세금제도 개혁에 따른 6,000억달러의 세수증대 등을 포함한 장기적 재정적자 감축방안을 마련, 공화당과 타협에 나설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공화당 의원 대면접촉 확대는 이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의 성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의원 중 다수가 세수증대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총기규제 등 다른 이슈에 대해서도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인식차이가 현격해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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