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저금리 등에 직격탄을 맞은 중국과 일본 대형은행들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전통적 이자수익 대신 자산관리나 증권업으로 업역을 확대하고 시장개척을 위해 해외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는 추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중국 대형은행들이 채권인수 등 투자은행(IB) 업무나 자산관리 등 비이자수익에 눈을 돌리면서 증권업까지 겸하는 '유니버설뱅킹'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중국 은행들이 예금된 돈을 대출해주고 이자 마진을 얻는 전통적 상업은행 업무에 치중해왔으나 저금리와 경쟁격화 등으로 수익이 줄어들자 대체수익원 확보에 나선 것이다.
중국은행(BOC)·공상은행·건설은행·농업은행 등 중국 4대 은행의 지난해 은행 전체 영업이익에서 비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까지 늘어났다. 이 비중은 40~60% 수준인 씨티은행·JP모건·HSBC·도이체방크 등 미국과 유럽의 대형 글로벌 은행들에는 못 미치지만 상당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의 경우 기업 자산관리 수입이 전년보다 18% 증가한 140억위안(약 2조4,700억원)으로 은행 전체 영업이익 증가율 12%를 크게 웃돌았다. 채권 인수, 인수합병(M&A) 주선, 사모펀드 등을 포함한 IB 업무 이익은 3% 증가한 300억위안을 기록했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 은행들이 전통적인 대출업무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금리 자유화 조치를 앞두고 중국 은행들에 대한 자본요건 규제가 까다로워지고 있는데다 경제성장 둔화로 부실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대형은행 4곳 중 3곳의 지난해 4·4분기 순이익 실적이 전분기 대비 감소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젱강 중국 사회과학연구소 금융·은행 부문 책임자는 "순수 대출영업은 이자 마진에 기반을 두는데 단계적인 금리 자유화 조치와 경쟁격화로 마진이 줄어드는 반면 위험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형은행들뿐 아니라 소규모 은행들도 대출기업들에 자산관리를 결합한 상품 등으로 수수료 수입을 창출하면서 비이자수익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핑안은행은 지난해 비이자수익 증가율이 77%에 달했으며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8%로 전년보다 6%포인트 높아졌다.
1990년 버블 붕괴 이후 20년 이상의 저성장·저금리로 어려움을 겪은 일본 은행들은 해외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예대마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수익성이 악화되자 미쓰비시도쿄UFJ·미즈호은행·미쓰이스미토모 등 일본의 '3대 메가뱅크'는 비일본계 기업 지분을 확보한 뒤 현지은행 인수 등으로 해외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FT는 이날 자산 기준 일본 2위 금융그룹인 미즈호은행이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미국사업부에서 130명가량의 IB사업부 인력을 며칠 내 영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북미 IB사업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미 미즈호는 2월 30억달러 규모의 RBS 북미지역 기업대출채권 매입을 발표하며 북미 시장 대출·채권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이는 미즈호은행의 해외 인수건 중 사상 최대 규모로 이를 통해 약 365억달러에 이르는 미국 및 캐나다 지역 우량기업 200곳의 대출자산 및 신용공여를 새롭게 보유하게 됐다. 이전까지는 2008년 12억달러 규모의 메릴린치 지분 매입이 가장 큰 거래였다. 미즈호는 올해 해외 대출사업 인수에 18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 역시 2013년 태국 아유타야은행 주식 72%를 매입하는 등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일본 은행 중 처음으로 아시아 대형은행의 경영권을 장악하게 된 것이다. 앞서 미쓰비시는 2008년 미국 모건스탠리에 90억달러를 출자해 지분의 21%를 확보했다. 이 같은 해외출자 덕분에 미쓰비시는 지난해 4~12월 기준 연결순이익이 약 9,000억엔으로 동기 대비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미토모미쓰이은행은 2010년 인도 4위 은행인 코탁마힌드라은행에 250억~300억엔을 출자해 지분 4.5%를 인수하며 일본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인도 은행에 출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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