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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끊기고 소득 줄고… '사고지역 낙인' 진도도 함께 침몰했다

세월호 1주기, 팽목항은 지금…

조업 제한 따라 어획량 줄고 농수산물 불신으로 판매 급감

관광객 줄며 음식점 등 한산… 피폐된 지역경제에 주민 고통

청정지역 이미지 되찾기 시급

세월호 침몰 1주년을 앞둔 지난 10일 전남 진도 팽목항 등대 인근에서 한 추모객이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상념에 젖어 있다. ''청정지역''이었던 진도는 세월호 참사 이후 사고지역이라는 낙인이 찍혀 다른 어느 지역보다 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도=이호재기자


지난 10일 오후 진도 팽목항. 강한 바닷바람에 수많은 노란 리본들이 흔들리고 있다. 여전히 차가운 바닷속에 잠겨 있는 9명의 실종자 사진을 쳐다보며 두어 명의 추모객들이 묵념을 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1,000명이 넘는 실종자 가족과 자원봉사자들로 분주했던 이곳은 지금 고요한 적막감만 흐른다.

끔찍한 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덧 1년. 참사 이후 충격을 받은 국민들이 소비를 멈추면서 물가상승률이 제로(0)에 머물 정도로 한국경제도 뒤흔들리고 있지만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은 진도 팽목항이다.

참사 이후 평화롭던 진돗개의 고장은 모든 게 헝클어졌다. 팽목항에서 차량으로 5분 거리인 진도군 서망항 위판장. 신선한 꽃게와 아귀, 간자미들이 배에 실려 들어온다. 한눈에 봐도 물량이 많지 않다. 수협 서망사업소에 따르면 지난해 수산물 위판금액은 161억원으로 2013년(279억원)의 57%에 불과했다. 판로가 시원찮은데다 어획량까지 줄어든 것이다. 10년째 조업 중인 선장 손학수(42)씨는 "같은 해역에서 잡는데 재작년에 비해 어획량이 확 줄었다"며 "조명탄을 계속 쏴서 어장에 악영향이 발생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진도 서망항 인근에서 10년째 조업을 하는 선장 이정현(37)씨는 "세월호 사고해역이 장어·소라가 잘 잡히는 좋은 어장"이라며 "정부에서 근처를 못 가게 하니까 엉뚱한 곳에서 조업을 해 매달 1,000만원씩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진도산 수산물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점도 어민들을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 소비자들이 진도산 농·수산물을 꺼리면서 진도군 산업의 30.9%를 차지하는 농어민의 소득이 급감했다. 진도군청 인근에서 27년째 건어물 판매를 하고 있는 박정대(55)씨는 "세월호 사고가 난 이후로 돌미역·다시마 택배 주문이 절반 이상 취소되면서 지난해 한 해에만 매출이 5,000만원 이상 줄었다"며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전처럼 판매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진도 일대의 식당·숙박업소도 여전히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서망항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유현미(51)씨는 "꽃게철이 되면 늘 단체관광객이 와서 식당이 붐볐는데 1년간 사람 발길이 뚝 끊겼다"며 "진도산 물고기와 꽃게는 시신을 뜯어먹었다는 괴담으로 인해 '공짜로 줘도 안 먹는 음식'이 돼버렸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팽목항 인근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박영숙(54)씨는 "세월호 사고가 터진 뒤 2개월 동안은 사람이 몰렸는데 지난해 여름 이후로는 방을 거의 비워두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목포본부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이후 3개월 동안 진도 지역의 음식점 매출은 33.5%, 택시업계 매출은 58.3%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음식점과 숙박업소 주민들은 정부의 지원 대상자가 아니어서 속앓이만 하고 있다. 진도군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운림산방·해양생태관 등 진도 지역 주요 관광지를 방문한 관광객은 17만2,467명에 그쳤다. 2013년 같은 기간의 방문객 30만9,939명에 비하면 관광객이 45%나 줄어든 것이다.

진도군의 브랜드 가치 하락은 금액으로 산정하기 어려울 정도다. 세월호 참사 이후 청정지역이라는 이미지는 사라지고 '사고지역'이라는 낙인 효과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지난달 나흘 동안 열린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 기간에는 예상보다 많은 관광객이 몰려 기대감에 부풀기도 했다. 하지만 진도산 농·수산물의 판매는 여전히 부진해 지역 경제에는 '반짝 효과'일 뿐이라는 우려가 크다. 김경수 진도군청 관광문화과 주무관은 "지난달 바닷길 축제는 비교적 홍보가 잘 돼서 관광객이 많이 찾았다"며 "이것만으로 진도 관광객과 경제가 회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목포본부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해상재난지역 경제상황점검 특별조사에 따르면 지역경제 복구대책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홍보강화로 평가됐다. 실제 2007년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태안군의 경우 2008년 한 해 동안 관광객이 1,600만명가량 줄었지만 같은 해 태안 수산물대축제, 바다낚시대회 등 이미지 개선사업을 펼치면서 2009년 관광객이 1,000만명가량 증가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목포본부의 한 관계자는 "진도 경제가 예전의 모습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든 사고발생 지역이라는 낙인효과를 걷어내고 '청정지역'의 이미지를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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